홍옥으로 빚은 배우 (수정 2)

 

음습한 눈빛들은 뚜둑 떨어져 책상 위를 구른다.

둥그렇지도 않으면서 매끄럽지도 않으면서

관객도 아닌 주제에 인형을 비웃는다.

 

감정사는 여상하게 하얀 악의를 쏘아 보낸다.

정갈하지도 않으면서 차분하지도 않으면서

날카로운 조명은 가슴을 뚫어 나아간다.

 

돌이켜보면 단장은 짓이겨진 인형을 동정하지 않았다.

암전 속 야유, 너덜한 종이 옷, 나도 나를 동정하지 않았다.

이전의 인형들이 그랬듯이, 이후의 인형들이 그랬듯이.

 

모든 폐기된 것들이 묻힌 어린 날의 무덤에서

기다림 끝에 모여들어 인형을 집어삼키는 수많은 홍옥들은

거짓과 거짓과 거짓을 죄책감 없이 주무르는 파도.

 

휘몰아쳐 출렁거리고 침몰하여 솟아올라 마침내 완성된

달그락거리는 뼈와 미지근한 피와 깨진 조각을 이어붙인 머리와 수정으로 조각한 심장과 끊어진 조종 줄과 붉디 붉은 드레스는

새로 태어난 인형을 위한 새로운 배역.

 

종이 무대에서 쫓겨났던 배우는,

아무 날엔가 맨발인 채로 뻑뻑한 새 눈을 떴지.

 

 

 

 

수정 전 1 – https://teen.munjang.or.kr/archives/110870

퇴고 1 – https://teen.munjang.or.kr/archives/11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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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시가 조금 깔끔해진 느낌이네요. 장황하고 과잉된 부분이 덜어진 것 같아요. 힘들었을 텐데 고치느라 고생했어요. 이제 다른 방식으로 퇴고를 더 해보았으면 해요. 이를테면 “인형”을 바꾸어보는 것이죠. 이 시는 ‘인형’이 중요해보입니다. 제목인 ‘배우’의 자리에 ‘인형’이 놓이고 이는 다시 ‘나’ 혹은 그와 유사한 삶의 상징일 테니까요. 그런데 ‘인형’이라는 것 안에는 이미 독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바가 있습니다. 인형은 늘 수동적인 존재이니까요. 영화 나 이 아닌 바에야 스스로 움직이진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인형’이라는 시어는 그 자체로 확정된 의미를 지닌 채 시 속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시인의 사유 속에서도 고정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전 과감하게 다른 시어로 대체하여 사용했으면 해요. 서술어나 수식어는 바꾸지 않고…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