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ROBOT

난 어쩌면 지친 걸지도 몰라
수많은 사람 수많은 말 수많은 정보 수많은 날
셀 수 없이 쏟아지는 가려진 침묵들이 나를 힘들게 해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어
이젠 시골로 산골로 숲속으로 돌아갈 수 없어
원망스런 당신으로 인해 칙칙한 감옥에 갇힌 나
나를 꺼내줄 누군가 산뜻하고 싱그러운 공기를
한아름 안고 풋풋한 봄향기 풍기며 다가올
이 시대의 구원자는 없는 것일까 그래
나는 어쩌면 체념한 걸지도 몰라
수많은 거리 수많은 시간을 거쳐도
돌아오는 건 매몰찬 대답들 자비 없는 언어들
시끄러운 굉음 소음들 쉴새 없이 내던져지는 죽음들
쓰레기를 먹고 사는 고래처럼
고래 뱃속에 들어간 피노키오처럼
회색 섬 한가운데 유배된 것이지 나는
무엇을 하염없이 기다리나 어차피 오지 않을 날들
느껴보지도 않은 그리움을 느끼고
만져보지도 못한 아쉬움을 만지고
행복한 광대처럼 웃어보지만 쪼그라든 풍선은 흘러내리고
비온 뒤 길바닥에 말라가는 지렁이처럼 흐물흐물 앓고 있는걸
아픈 사람처럼 병든 사람처럼 말이야
언젠가 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이렇게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지 지저분한 잡초들과 함께
시름시름 말라 비틀어져가는 가로등과 함께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 걸까 이 끝도 없는 우울감을 끌어안고
눈물 흘리지 않을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당신을 위해 온 나는 당신을 보기 위해 허덕이다
결국 당신으로 인해 서서히 궤멸하겠지 그렇겠지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이 세상에선 그래 당연한 귀결이지
난 어쩌면 죽는 걸지도 몰라
모든 것이 돌고 도는 세상에서, 세상이라는 이름의 병원에서
안녕이라는 작별 인사도 못한 채
다만 사랑, 사랑한다고
수줍게 고백하고 싶었을 뿐
내 소원은,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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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모로님 안녕하세요. 늘 반갑습니다. 이번 시는 길게 써나갔네요. 제목과 내용도 잘 이해가 되고요. 다만 더 구체적인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수많은 말’이나 ‘정보’는 어떤 것일까요? ‘매몰찬 자비 없는 언어들’이란 또 무엇일까요? 다행히 시가 긴 편이니, 추상적인 부분들을 빼보시거나, 아니면 아주 구체적인 것으로 바꿔주시면 완성될 것 같군요. 앞으로도 시를 쓸 때 이런 점을 신경 써도 훨씬 나을 거예요. 수정시를 올려주시길 바라며,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