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오파드게코

형은 도마뱀 껍질을 뜯으며 바깥을 준비한다고 한다. 각질 벗겨지는 뒤꿈치를 가진 형은 웃는 상이다. 짓지 않는 표정은 천천히 퇴화하는 중이다.

형은 햇빛을 좋아하지. 바위보다 큰 아스팔트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형의 피부색은 짙어지고, 발뒤꿈치는 자꾸 거슬린다고 한다. 난 방을 조금 습하게 만들어 줄 뿐이고, 우리 도마뱀은 자주 탈피에 실패해 움찔거린다.

밀웜, 처음 봤을 때는 징그러웠는데 지금은 괜찮아, 오히려 귀여워 보인다니까. 난 편식을 하고 형은 나한테 아무거나 먹으라고 하고 매일 같은 거만 먹으면 질리지 않겠냐고 반항을 하면 형은 도마뱀한테 연신 밀웜을 먹이며 봐라, 얘가 질려하는 거 같냐고 소리치고.

왜 개가 아니라 하필 도마뱀을 키워? 누가 물어볼 때면 형이랑 닮아서라고 말하긴 조금 그랬다.

도마뱀은 성장이 멈추면 탈피도 멈춘다던데,
그래, 형은 계속 현재진행형인 거야?

바깥에 나가기 위해서 몸집을 불려야 했어요. 자연은 너무 혹독한 곳이에요. 바깥에서 탈피를 하다 죽는 건 다반사라고, 형은 잠 잘 때만큼은 집에서 자요.

탈피를 할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거라고 말했다. 몸집이 불어날 때마다 난 도마뱀이 무서웠고 도마뱀은 조금씩 사나워지는데 웃는 상이라 난 불쑥 손을 넣었다가 물리곤 했다. 웃는 게 무서워 보일 수도 있네요, 웃는 얼굴에 침을 뱉고 싶어요.

나의 레오파드게코는 내가 잠든 사이에 밖으로 도망쳤다. 형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지 않았고,
내 몸은 계속 움찔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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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파판님 시 잘 보았어요. 재미있었고요. 보강했으면 하는 부분은, 처음엔 형과 도마뱀이 따로 있는 것처럼 표현되더라도, 나중에는 그 둘이 결국 하나처럼 느껴지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끝까지 레오파드게코가 도망치고 형도 나갔다 돌아오지 않았다, 라고 표현한 것이 아쉽네요. 나의 레오파드게코가 밖으로 도망쳤다고 말하면 형도 나간 것으로 독자들은 이해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래도 좋은 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