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걸음마를 뗀지 어느덧 16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걸음걸음을 밟아왔다.
때론, 뒷걸음질 치고 싶었고 그만
주저앉아버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나아갈 용기도,
뒷걸음칠 용기도,
주저앉을 용기도,
내게는 없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용기가 날 때까지.

그때,
너는 나와 함께 멈춰 주었다.

용기를 낼 때까지
나의 곁에서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나는 다시 걸음을 뗄 수 있었고
너는 내 두 손을 마주 잡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음을 맞춰 주었다.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 걸음을 밟아갔다.

지칠 때면 잠시 멈추었고
힘들 때면 서로의 등을 내어주었다.

네가 옆에 있었기에
이제 더는 무섭지 않았다.

세상이 나의 것처럼 느껴지고
세상이 행복해 보이기 시작할 찰나
너는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모래성처럼 가볍게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무너진 성을 쌓으며 생각했다.

다시 멈춰 서면 네가 와주지 않을까
다시 걸음을 맞추어 주지 않을까….

그리하여
나는 멈춘 채 너를 기다렸고
걷는 법을 잊을 때까지
멈춰 서 있었다.

그러나
끝내 너는 오지 않았고
나는 끝내 나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아직 그 자리 그곳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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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관종시인님 안녕하세요. 다시 만납니다. 시의 시작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1연 이후엔 행갈이, 연갈이가 조금 기계적이란 느낌이 드는군요. 한 번 행갈이, 연갈이 없이 시를 써보시겠어요? 습작 삼아서요. 그 외엔, 너와 나의 관계가 아주 중요한 시인데, 그것이 어떤 추상적인 진술로만 남아 구체적인 생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요. 우리가 어떤 관계이고 함께 어디를 갔으며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가, 그런 것들을 중간중간에 보여주는 것이 시를 진정성 있게 만들어준답니다. 구체적이지 못한 시는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읽힐 수 있어요. 또 늘 하는 말이지만, ‘하지만’, ‘그래서’, ‘그렇지만’, ‘그렇게’, ‘그리고’ 등의 접속사들은 시를 설명적으로 만들어주니 되도록 줄여보시고요. 그럼 다시 만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