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영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자가 죽었어. 방파제에 난 틈 사이로 빠졌어. 작은 가게 앞에서 도로 지나면 나오는 그 방파제. 튜브 빌려드립니다. 구명조끼, 돗자리 대여라는 글자가 어지럽게 흔들리는, 바닷바람 한참 맞은 슬로건이 걸린 해변가에서 좀 거리 있는 곳에 있는 그 방파제에서. 누런 혹은 하얀 아니면 검은, 그런 다양한 고양이들이 머물고, 말라버린 지렁이 잔해가 비 오는 날 씻겨나가고, 한 발 내디디면 갯강구들이 오소소 도망가는, 엉킨 낚싯줄 바늘이 군데군데 말미잘처럼 자라는 그곳에서. 손 쓸 틈도 없이. 낚시꾼들은 종종 더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 여자는 낚싯대를 쥐고 있지 않았어. 혹시 누구라도 거긴 위험하다고 소리를 질렀으면 살았을까? 나는 잘 모르겠어. 방파제 깊숙한 틈에는 배고픈 따개비들과 굴 껍데기들이 살고 성난 파도가 머물러. 굶주렸던 물의 내장은 여자를 이미 소화시켰을 거야. 나도 예전에 방파제 근처에 서 본 적이 있어. 틈은 너무 깊고 어두웠어. 눈을 한참 찡그리면 언뜻 검은 파도가 보일 것 같기도 했어. 구태 찡그린 적은 없지만. 여자가 틈 사이로 빠진 뒤 아주 잠깐 동안은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 어쩌면 내가 너무 멀찍이 서있어서 그랬는지도 몰라. 눈이 멀 듯 귀가 멀어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안 들리더라. 이후엔 여느 때와 똑같이 파도 소리만 들렸어. 오직 파도 소리만. 그 관경을 봤던 눈이 단지 내 것 두 개가 아니라는 것에서 나는 안도했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어. 아마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에 신고했을 테지. 이렇게 통화했을 거야. 정해진 매뉴얼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태연해질 수 없지. 여보세요. 여기 사람이 방파제 사이로 빠졌어요. 아니요. 모릅니다. 예. 들여다봤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예. 예. 나는 차마 그곳에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 나는 발바닥에 못이 박혀 가만히 서 있었어. 사람이 빠졌단 외침이 계속해서 습하고 짠 공기를 가를 때에도.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모여들 때에도.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맹렬하게 내 귀를 관통할 때까지. 여자가 살려달라고 외쳤을까? 어쩌면 너무 오래 굶주린 물은 여자의 목소리마저 삼켜버렸는지 몰라. 거대한 목구멍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그 순간에. 인어공주에게 마녀가 그랬듯이. 인어는 다리를 얻었지. 여자는 바다와 거래한 걸까? 나는 그때에서야 사람들 틈에 섞였어. 까치발을 들었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모여든 사람 중에 여자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없었어. 우린 구태 죽으러 여기까지 온 누군가라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했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해마다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곤 했으니까. 신원을 밝히어 내 사고사라고 단정 짓는 것이 되레 더 마음의 짐짝이 될 거라 여겼어. 누군가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어. 살아있는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집집마다 걸어 잠근 철문을 두드렸어. 모여 있던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저었어. 혹시 오늘 몇 시경 사람이 방파제에서 빠졌는데 혹시 아는 게 있으십니까? 마찬가지였어. 우린 아무것도 몰랐지. 어쩌면 그 중 대다수는 알고 싶지 않았을 거야. 사람들은 쉽게 모였던 만큼 쉽게 흩어졌어.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방 안에서 가만히 생각을 했어. 경찰이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하는 엄마 목소리를 전부 들으면서. 햇빛을 받은 정수리는 여전히 열이 났어. 누군가 죽은 날이면 우린 으레 찜찜해했어. 누군지도 모르면서 평생 알아오던 사람이 죽은 것 마냥. 오늘 여자가 죽은 자리에서 수망굿이 열렸어. 마을에 한 명 있는 늙은 무당이 나왔어. 매년 바다에서 굿하는 그 무당이. 방파제엔 차마 가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서 어른들을 상을 차렸어. 무당은 바다 먼 곳을 바라보았어. 혼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라. 마을 어른들은 무당 주변에 서서 빌었어.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숙였어. 묵념하는 것처럼. 꽃 그려진 부채가 나풀거릴 때. 손때가 꽤 많이 탄,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부채. 늙은 무당은 바리데기 노래를 불러주었어. 나는 조금 떨어져서 굿을 봤어. 접때 머물렀던 자리보단 가까이서. 어린애들은 없었어. 어른들은 애들은 그런 거 보는 거 아니라고 집에 잘 있으라고 당부하곤 했어. 굿을 보게 된다는 건 어른이 됐다는 뜻이었어. 누군가의 죽음을 감당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뜻이었어. 왜 아무래도 죽음은 익숙해지지 않지? 나는 그늘진 곳을 찾고 싶었어. 햇빛 아래에 서면 꼭 누군가에게 등을 전부 내어준 느낌이 들었으니까. 누군가 나를 빤히 보는 듯한. 치부를 전부 들킬 것 같은.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 내 머리칼을 헤집고 강하게 물러났어. 나는 종종 눈이 시렸고, 그럴 때마다 눈을 세게 감았어. 어느 틈엔가 내 눈에도 바다가 생겼어. 세상을 뒤트는 소금물 사이로 나는 여자의 혼을 봤어. 굿이 한참일 때 혼은 어디선가 비척비척 걸어 나왔어. 흉한 모습은 아니었어. 내심 따개비와 굴 껍데기 걱정을 했거든.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혼에 어떤 상처도 입힐 수 없었어. 혼은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았어.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로. 나 말고는 아무도 혼을 보지 못했어. 어쩌면 다들 눈을 감았기 때문일지도 몰라. 혼은 방파제 위를 위태롭게 걸었고 이따금 입을 달싹였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어. 혼은 너무 가녀려서 기운이 좀 없어 보이긴 했지만 힘들어 보이진 않았어. 우울한 얼굴도 아니었고 찡그리지도 않았어. 되레 얼굴은 한없이 말개보였어. 그 느낌이 너무 이질적이어서, 나는 혼이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어. 혼은 하얗게 빛나는 것만 같았어. 되레 어두운 건 우리인 것만 같았어. 나는 광표 아저씨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 종구 아저씨 돌아가셨을 때. 돌아온 건 신발 한 짝 뿐이었던 그 때. 종구가 부럽다. 맘 같아선 콱 죽어버리구 싶은데 차마 겁이 나서, 겁이 나서 못 하겠다. 야 차라리 잘 갔다 여기서 비린내 맡으며 삶 같지두 않은 거 연명해 가느니, 엉? 종구야. 종구야아. 우린 늘 죽은 사람 걱정을 해. 거긴 춥지 않을까, 행여 밥을 굶진 않을까. 개똥밭에 굴러도 차라리 이승이 낫다 이러면서. 저승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면서. 우린 지레 겁을 먹지. 바다에서 건져진 혼들은 편안해 보였는데도. 어쩌면 다른 혼들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모르는데. 혼은 무당 주변을 걸었고 바다 먼 곳을 바라보기도 했어. 무당이 했던 것처럼. 혼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어. 미역같이. 혼은 눈을 길게 감았다 뜨길 반복했어. 혼의 생각을 읽는 법을 나는 몰랐어. 굿이 막바지에 이르면 혼을 보내줄 때가 온 거야. 나는 내가 맨 처음 혼을 봤던 때를 떠올렸어. 그땐 혼이 아주 많았어. 바다에서 올라온 그 혼들은 전부 어렸어. 몇 혼들은 울었어. 다른 혼들은 우는 혼들을 달랬어. 재잘거리는 것처럼 짝을 지어 벙긋거렸고, 이따금 웃음을 터뜨리는 것 같기도 했어. 그럴 땐 바람이 살짝 불었어. 혼들은 추워 보이지 않았어. 모두의 소망처럼 그 혼들은 행복해 보였어. 걱정하지 마. 난 그 혼들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조금 슬퍼 보이는 아저씨 혼도 있었고 젊은 혼도 보았어. 단정한 혼. 나이 든 혼. 군복을 입은 혼. 바다에선 참 많은 사람이 혼이 되지. 바다는 얼마나 추울까 우린 늘 그 혼 걱정을 해. 하지만 혼은 우리 걱정이 무색하게 더 편안해 보였어. 방금까지 바다를 보던 혼이 사라졌어. 나는 계속 그 혼을 봤지만 혼이 사라지는 순간 꼭 꿈에서 깬 것만 같았어. 나는 혼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할 수 없었어. 어떤 눈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표정으로 바다를 봤는지. 우리는 또 한 혼을 보냈어. 우린 늘 같았어. 행복해지라고 빌었고 더는 춥지 말라고 빌었어. 한껏 햇빛을 받은 목 뒤랑 등이 뜨거웠어. 이미 벌겋게 익어버린 것만 같았어. 굿 지낸 뒷정리를 하는 사람들을 등지고 나는 걸었어. 도로를 건너고 작은 가게를 지났어. 옆집 하얀 강아지는 잠들어 있었어. 내 기척에 귀를 움직였으면서도 움직이진 않았어. 집 앞에서 뒤를 돌아보았어. 바다가 보였어. 집에 들어갔을 때 난 옷에서 나는 바다 짠 내를 맡을 수 있었어. 그러다 문득 어쩌면 바다 짠 내가 아니라 혼이 마지막으로 흘린 눈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눈물 한 방울에 슬픔 아픔 괴로움 다 녹여내 흘려버리고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으니 바람에 날려가기 훨 수월해지겠구나. 품에 안을 것이라곤 행복한 기억 좋은 기억 웃었던 기억뿐이니 그 세계에선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모든 혼의 평화를 빌었어. 바다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어. 누군가 죽었던 날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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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

안녕하세요, 빛낢 님. 반갑습니다. 이 글 또한 빛낢님의 문학적 메시지와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방파제의 테드라포드 사이에서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어느덧 소설의 후반부에는 바다에 잠재하는 모든 혼을 위령하는 데에까지 나아가고 있네요. 지난번 보았던 '씻김굿'의 다른 판본처럼 읽혔습니다. 역시 문장의 밀도와 함께 시적인 풍부함을 환기하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어요. 주제의식 또한 문학의 본질과 공명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모든 혼의 평화"를 비는 이 소설의 화자가 모호했고, 다소 격양된 것처럼 보이는 무속이라는 소재와의 동일시가 오히려 이 글을 어떤 구체성의 지점, 그리고 그 구체성이 애도의 차원으로 승화되는 일을 저해하고 있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무속이라는 주제가 빛낢 님의 글에 반복적으로…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