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청소일 하는데요?] 저자 김예지 님께

안녕하세요 김예지 님. 갑작스레 편지를 받게 되어 적잖이 놀라셨을 것 같아 양해 부탁드립니다. 만약 이 편지를 읽으시게 된다면 말이지요. 읽지 못하시더라도 저는 <저, 청소일 하는데요?> 저자 김예지 님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디 꼼꼼히는 아니어도 읽어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 일 없는 휴학생이었습니다. 열여덟 살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일찍 졸업하고,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지요. 그런데 어쩐지 대학 공부는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제가 게을러 공부를 싫어한 것일지 모르지만, 국어는 배울수록 별로 배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억지로 배운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저는 문학보다 다른 분야에 큰 호감이 있었습니다. 바로 음악입니다. 저는 글 쓰는 일보다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일이 더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문대도 졸업 못 한 제가 가수를 한다는 것은 가시덩굴 속에서 헤매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실용음악과로 진학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여건이 안 되었고, 또 음악은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분야라 저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취직해 당장 부모님 부담부터 덜어드리고, 돈 아껴가며 음악 하자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세상일은 제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지요.

저는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으려고 디자인과 영상 편집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다른 일도 많았지만 그나마 관심 가는 것이 영상이었지요. 하지만 첫날부터 저는 진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평소 느긋하게 일어나 책 읽고 노는 일이 전부였던 제가 네 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공부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겠습니까. 네 시간뿐인데 말이지요. 당장 그만둘까 생각도 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음악인데, 왜 이런 아무 관련도 없는 것을 배워야 하는 거지? 고작 취업 때문에? 돈 때문에? 꿈과 현실 중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는 걸까? 한 가지만 배우고 싶은데, 왜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하는 거지?

그렇게 며칠 동안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마음 편하게 음악 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부모님을 더욱더 슬프게 할 거라는 생각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집안에만 눌러앉아 온 가족에게 피해만 끼치느니 직장을 다니면서 음악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환경은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막막한 미래만 눈앞에 펼쳐져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가는 문학청년인지라, 공부하느라 한동안 가지 않은 도서관을 오랜만에 간 날이었습니다. 책꽂이에 무수히 꽂혀 있는 책들을 둘러보다 재미있게 생긴 책을 발견했습니다. 만화책처럼 보이기도 수필집으로 보이기도 한 책을 펼쳐보니, 청소 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였습니다. 그림이 아기자기하고 단순해 보여서 금방 읽힐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가볍고 발랄하기만 할 것 같았던 만화가 우리 삶에 대한 엄숙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던 것입니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 주변 사람들, 또 나 자신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는 그림 그리고 싶어 직장을 관두고, 청소 일을 하며 책도 내는 사람이었지요. 힘들다고는 하지만 청소일이 재미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일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그림을 그리지요. 언뜻 보기엔 낭만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주변 시선은 그리 곱지 않습니다.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청소 일을 하니까요. 하지만 주인공은 어느 때보다도 행복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돈도 많지는 않지만 벌어 먹고살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청소 일,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주인공은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청소 일은 생계를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직업이지만 일러스트레이터는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직업이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무슨 일 하냐고 물을 때면 두 가지 일을 한다고 대답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문제없이 잘 산다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주인공은 여전히 불안하고 피로합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삶에서 방황과 혼란이 기인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말합니다. “진짜 마음은 결국 내가 달래는 것”이라고요. 남들이 아무리 괜찮다고, 다 잘 될 거라고 위로해도 결국 자신의 마음은 자신이 달래고 다스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님들,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뇌하는 사람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따뜻한 그림체로 녹여갑니다. 어떻게 해야 진정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을까요? 행복은 거저 오지 않는 법입니다. 주인공이 청소 일을 하기 전까지 많은 역경과 험난한 과정이 있었고, 그 가시밭길 같은 과정을 통해 소소하지만 풍성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겠지요. 그렇다고 무작정 노력만 한다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저는 그래야 진정 '참다운 삶'을 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청소 일을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끝까지 하며, 열심히 살겠다는 목표를 조금이라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방해물이 달려들겠지만, 그것들을 뚫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시원한 바람처럼 스며들었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멋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 깊이 다짐했습니다. 아직 불안하지만,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제게 큰 위로가 되고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준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작가님께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혼란한 저를 괜찮다고, 잘 해낼 거라고 다독여 주셔서, 이런 좋은 책을 만들어 주셔서 한없이 감사할 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다른 많은 사람도 한 번쯤 자신과 자신 주변을 둘러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으로써 한층 성장하게 되겠지요.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배웁니다. 청소년기가 끝나거나 대학을 나오거나 해서 공부가 끝난 게 아니라, 삶 자체가 공부입니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아갑니다. 만약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네가 믿는 것을 찾아가라고. 두렵다고 피하지 말고, 두려움을 헤치면서 가라고. 세상이 두렵기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두려움과 싸우며 행복을 쟁취하는 거라고, 웃으면서 말해주고 싶습니다.

 

 

  • 이 글은 교보문화재단 독서편지쓰기 공모전 낙선작입니다. 주 내용이 필자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어 감상/비평 게시판보다 수필 게시판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수필 게시판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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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안녕하세요, 모로님. 반갑습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을 통해 작자가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는 방식의 글이 흥미롭다고 여겼는데요, 독서편지쓰기 공모전에 응모했던 글이었군요. 다양한 계기로 여러 방식의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음악을 하기 위해 대학을 쉬고 디자인과 영상을 배우게 되었군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주변 여건을 돌아보고 고민하는 작자의 모습들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꿈과 현실, 진학과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자신의 고민도 나누고 싶으셨을 듯해요, 전체적으로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읽기 편했습니다. 책 내용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고 작자의 고민도 더불어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편안해진 작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너무 긍정적인 면만…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