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화 작업

점호가 끝났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습관처럼 나오는 새벽 자습에 대한 투정 말은 무게를 갖지 않는다

 

오늘의 영혼은 열두 시 땡 치며 이미 죽었어

이후에 공부하러 나가는 것은 썩은 내 나는 육신

비척거리며 마치고 돌아와서는 영혼을 교체한다

오늘은 영혼1 내일은 영혼2 모레는 영혼3

 

새벽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자야지 그러면 대답한다 바꾸지 못하는 것은 육체뿐인 걸요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독한 악취를 흩어버리기 위해서인가

 

어제의 영혼을 조금 떼어다가 오늘의 영혼에게 먹인다

탈이 난 영혼이 구역질을 하며 시험 답안을 뱉어낸다

토해내야 또 먹지 하루가 끝나면 공복에 또 영혼을 넣는다

 

작성해 낸 서술형 답안에서는 구토 냄새가 난다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절대 소화시키지 않는다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뱉은 것도 없는데 악취가 묻어 있다

 

오늘 새벽 어제의 영혼을 씹어 삼키고

오늘 아침 어제의 음식을 토해 뱉어내고

채점하는 두 손은 토사물 덕지덕지 그런데

 

손씻고오세요

병원다녀오세요

함부로먹지마세요

아무도말하지않았지

 

계속해서 육체는 썩어들어가는데 터무니없이 짧은 유통기한이야 어쩐지

기계로 갈아낀 사람을 보았어 입에서는 부품들 마찰하는 소리만 들려

구토마저 규칙적으로 하는 육체는 더없이 환상적이었어 불편하지 않아

 

무거운 게 무엇인지 잊어간다

무게를 잊어간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의 무게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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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율오님 다시 댓글을 남깁니다. 이 시는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나타내고 있어서 좋았어요. 이해도 쉽고 제목도 좋았고요. 다만, ‘영혼’, ‘육체’란 단어가 너무 많이 나오네요. 이것이 한자어이며 동시에 추상어이기도 해서 안 좋지만, 무엇보다 반복이 심한 느낌입니다. 영혼이란 단어가 이 시의 중심이 되는 핵심어이긴 하지만 너무 많이 나오네요. 몇 차례나 나오는지 한번 세어보세요. 그리고 영혼 1,2,3은 그냥 두고, 그 뒤부터 나오는 영혼이란 단어 몇 개는 다른 것들로 교체해보세요. 영혼을 대체할 구체적인 단어들 말이지요. 지우개일 수도 샤프일 수도 교복일 수도 있지만, 그건 율오님이 아실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다른 단어들이 너무 인접해서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시고요. 그래도 잘 고치실 수 있단 믿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