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저는 이제
우울과 불행보다
기쁨과 행복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하늘 별 달 해
집 가족 동물
항상 보이는 것 말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흙이 묻은 신발
책에 꽂혀있는 책갈피
땅에 떨어져 멍이 든 모과
도심 속 까마귀 부모와 새끼
끊어진 기타 줄
부러진 연필 심
액정이 나간 전화기
구석에 뭉친 먼지덩어리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들
너덜너덜해진 손수건

식상하다고요?
그건 당신이
익숙한 것에 물들어져 있다는 반증입니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보십시오

날카로운 종이에 베인 손가락
한입 먹고 버린 도넛
서울역 앞 노숙자들
참치캔을 게걸스레 먹는 고양이
쌓이지도 않는 눈
바람 빠진 축구공
구멍 뚫린 양말
잃어버려 다시는 못 찾는 수많은 물건

언젠가 우리는 이런 것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의미도
슬픔이나 환상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억되지 못하는 저 또한 잊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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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모로님.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요. 시 잘 읽었어요. 그런데 1, 3연은 없어도 될 것 같아요. ‘주목’하고 있는 것들로 시가 시작하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해요. 설명하는 말은 시를 풍부하게 하기보다는 제약하는 측면이 크거든요. 그런 점에서 5연도 손을 좀 대어야 할 것 같아요. 2, 4연을 묶을 수 있을 만한 표현이거나 아니면 주목 받지 못한 ‘나’를 파편화해서 2, 4연의 사물들처럼 제시한다든지요. 화자의 감정을 토로하는 듯한 구절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불필요해 보이거든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