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속 흐릿한 사내의 이야기

각진 액자 속
흐릿한 형체를 가진
고민에 빠진 것 같은 표정을 짓고서
무엇을 기다리는 듯한
저 사내는 누구인가

불편한 마음으로 사내의 속 사정을 떠올려보아
사내가 기다리는 것은 아픈 바람이라
사내의 곁으로 날아들 쓰라린 바람에 사내는 두 팔 벌려
바람을 품에 안으려 할 것이다

끝없는 하늘 아래 두 눈 살짝 뜨고서
언젠가는 날아들 아픈 바람, 기다릴게

쓰라린 바람아, 내 뺨을 베고 내 목을 휘감아라
나를 더 더 더 더 아프게 만들어라
그러면 누군가 내 이야기 떠올려볼까

쓰라린 바람아, 또다시 내게 날아들어라
부디 내게로

사내의 통곡은 들리지는 않았으나
수만 군중의 발소리만큼 내 귓가에 아니 내 심장 속에 맴돌다가
결국 곧 사라질 이명이 되어갔다

잠시였던 나의 공감과 이해가 쓰라린 바람이던 것일까
각진 액자 속 사내의 표정은 그대로였으나
그의 형체는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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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금방 또 만나네요. 은렬님은 거울 속의 ‘나’에 대해 쓰고 싶은 걸까요. 이때의 ‘나’는 나일수도, 남일수도, 사내일수도 있겠지만 결국 ‘나’로 수렴될 듯 하네요. 진중하게 밀고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시도 ‘나’를 찾는 과정인 셈이겠죠. 그런데 정말 “그의 형체는 뚜렷”한가 의문이 들어요. “나의 공감과 이해”를 “쓰라린 바람”으로 감각하는 “사내의 표정”은 저에겐 모호하기만 하네요. 그 이유는 아마도 사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불분명하기 때문일 거예요.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사내를 재단하고 있는 듯도 하네요. “사내의 속 사정”을 떠올리지 말고 액자 속에 온전히 놓여 있는 “사내”를 느껴보았으면 해요. 그가 말하는 들리지 않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소리 없는 통곡에 한 발 더 다가갔으면 해요. 그의 말이…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