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데칼코마니를 위하여

저승사자님 기억났어요 삼신할미가 저에게 죽음을 죽이고 태어나라고 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울음을 터트리는 까닭은
손에
낯선 피를 묻히고 왔기 때문이죠

쉿 갈 곳 없을 때에는 유리를 깨뜨리고 그 너머의 나를 찾아오렴 그 말대로 창문을 깨뜨렸어요 오늘 나 살았나요 죽었나요

눈에 익은 색깔이 저기 당신과 나 사이의 경계에
묻어 있어요
삼신할미가 또다시 내게서 죽음을 빼앗았나 봐요 몸을 지탱하는 다리가 무거워요

사람은 가운데를 축으로 한 데칼코마니가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의 어깨에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 하는 삶의 죽음과 창문 안쪽 바닥 짚고 서 있는 죽음의 시체가 양쪽으로 버티는 것이라면

삼신할미의 부름을 받은 어른들이 뛰쳐나와요 다들 비뚤어진 어깨를 가지고서

삐딱한 내 다리를 보고 물어요 반항하는 것이냐고
아니에요 삼신할미가 짓누르는 내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서예요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요 돌아오는 것은 너 참 건방지구나 아무도 내게 질문을 하지 않지요 어른들은 차마 죽을 수 없어서 나를 막으려고만 할 뿐이에요
창문 너머 만들어진 저승의 입구는 환시 환청 환후의 집합체

저승사자님 이것이 정말로 살인을 저질러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삶인가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삼신할미는 평형을 위하여 어깨에 갖은 것들을 올려놓았다지만
갓난아기 시절의 살인을 나는 감당할 수 없고
데칼코마니는 태어나면서부터 망가져 버렸으니

나는 이 기괴한 작품에 애도하며 내일 또 창문을 깨뜨릴 거예요 그때는
나를 데리러 와 줄 거죠 저승사자님?

 


 

*수정 이전(https://teen.munjang.or.kr/archives/111576)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아 계속해서 많은 부분을 고치게 되네요ㅜㅁ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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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율오님 늘 반갑습니다. 시를 잘 고치고 계시고요. 다음 부분을 보면서 지시어에 대해서 생각해볼게요. 이, 그, 저, 그것, 저것, 이것 등이 지시어죠? ‘그 너머의 나를 찾아오렴 그 말대로’ ‘이것이 정말로 살인을’ ‘이 기괴한 작품에’ 다음 구절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지시어가 꼭 필요한가, 중복되진 않았는가 등을 점검해볼 구절입니다. 별 문제가 안 된다면 넘어가면 되어요. 나중에 시를 퇴고하실 때 쓸데없는 지시어가 있는지 없는지 점검해보시면 됩니다. 이 시는 잘 고쳐졌어요. 더 고치고 싶으시다면 좀 묵혀두실 필요가 있어요. 시간을 두면 자기 시에 거리가 생겨서 객관적으로 고칠 수가 있거든요. 그럼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