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화 작업 (수정 2)

점호가 끝났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새벽 자습 앞에서의 투정 우리는 끌려 나갈 테니 말에는 무게가 없다

스물다섯 시간은 견디기에는 너무 길어 외치는 하루살이
나가 보면 열린 창문으로 넘어 들어온 벌레 시체가 한가득
비척거리며 마치고 돌아와서 모두 같은 주문을 왼다 더 오래 살고 싶어
지식을 입 안에 두고 혓바닥으로 날름거리기만 하면서

새벽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자야지 궁금한 게 있어요 선생님 하루살이가 이틀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아시나요¹

스물네 시간의 끝자락에는 언제나처럼 시험이
더 오래 날기 위해서 더 오래 살기 위해서 늘 이맘때쯤
쉿 다 같이 방부제 탈탈 사람이 아닌 것에게 허락된 구명조끼

늘어지는 하품 소리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 헛구역질을 일으키는 고약한 냄새 수명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입에 한가득 물고 있다가 시기적절 뱉어낼 것 소화하지 말 것 영양제에 더하여 어느 날 신이 우리에게 내려준 마법의 주문

꼭꼭 씹어서 삼켜 넘겨야만 탈이 안 난다고 믿는 멍청이들이 있었어 우리가 날기 위해서는 토해내야 하는데 끝까지 소화를 고집한 것들

스물다섯 시간… 스물여덟…… 서른네 시간째, 생존률은 4%입니다

다시 양손 가득 무거운 책을 들고 방을 나선다
발버둥치는 하루살이 간지러운 목 안
기침은 할 수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소화한 게 없으니까

지식인지 살점인지 욕망인지 수명인지 아무도 어떻게 가벼워지게 될지 몰라서

 

¹침묵은 정답을 몰라서인가요 보고 싶지 않아서인가요

 


https://teen.munjang.or.kr/archives/111707 (수정 전)

https://teen.munjang.or.kr/archives/112472 (수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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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율오님 안녕하세요. 늘 반갑습니다. 시를 고쳐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롭네요. 처음에 본 시보다 훨씬 이미지가 다채롭고 재미있네요. 다만 항상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이미지가 너무 많이 나오면 시가 산만해진다는 거예요. 이미지가 다양한 것과 산만한 것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점호가 끝났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새벽 자습 앞에서의 투정 우리는 끌려 나갈 테니 말에는 무게가 없다’란 문장으로 시작하면서 독자들은 배경을 적당히 상상할 수 있게 되죠. 학생이구나, 새벽 자습이구나 하고요. 그런데 뒤에 나오는 시체나 구명조끼 등 배경과 상관없는 이미지들이 펼쳐져요. 물론 시에서 쓸 수 없는 단어는 없어요. 다만 이미지와 이미지 간의 연결고리, 혹은 디딤돌이 필요한 거죠. 이미지가 점프 점프 해서…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