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진혼곡 (수정)

허리는 살짝 굽히고 무릎은 가슴까지 손은 빠르게 단
시선은 정면이다

*

사부님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래로 떨어진 시선 넘어오는 줄보다 빠른 추락하는 속도
이단줄넘기의 불가능에 대한 증명은 하루에 수십 명씩 낙하하는 사람들

실패하는 횟수의 하루 할당량을 다 채운 우리
줄넘기에 달린 구슬을 셀 수 있게 된다 남은 개수는
노력과 반비례하는 거래

이단줄넘기 매뉴얼을 읊으며 뛰어오른다 지켜지지 않는 것은 시선 정면 뿐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올리고 손목을 돌리고 탁 탁 탁 구슬 깨지는 소리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소리를 닮았네 문득 느꼈고

“태초에 사람을 허공에 매달아놓는 방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인류는 발전하고 진화하여 더 오래 떠 있을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였죠 이단줄넘기가 불가능한 이유는 가까이에 있는데 어째서 저 멀리 있는 신을 찾나요¹”

잡념을 흐트러뜨리는 설교가 시작되었다 자동 재생 무한 반복
내일은 더 많은 구슬을 깨뜨려야지 나태한 자세를 반성하고
준비 시작 허공에 있지도 않은 봉을 잡고 버티려고 버둥거린다

*

나 줄넘기 묻고 왔어 남은 구슬이 없지 뭐야 전화통화로 친구에게 고백하였다

생일선물로 구슬줄넘기 다시 사 줄까 친구는 물었고 잠시 고민하다가
아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구슬 깨뜨려보려고 대답했다

정말로 사람을 공중에 붙잡아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이단줄넘기가 성공한 건지 궁금해서 뛰어내렸는데 잠깐만 너 구슬 하나도 안 남았다면서

 

¹―다음으로 주의사항을 안내해드립니다 노력은 수명과 반비례하는 법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간은 대신하여 작동하는 본능이 존재하죠 사회에서 쫓겨나는 순간을 직감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원리에 의하여 이단줄넘기가 불가능한 이유가 가까이에 있기에 우리는 주변을 살펴야만 해요 남은 구슬의 개수는 사회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 아, 이 문장들은 생략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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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율오님 늘 반갑습니다. 시 잘 보았어요. 수정된 시가 훨씬 좋긴 한데요, 조금 더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과한 한자어와 추상어를 조금 빼고요, ‘구슬 줄넘기’란 중요한 사물이 등장하는데, 뚜렷하게 묘사되진 않았어요. 차라리 그냥 줄넘기란 상황에 집중해서 써보시면 어떨까요? 훨씬 선명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이단줄넘기가 불가능한 이유’가 매력적인 정황인데, 그렇다면 그 줄넘기가 꼭 구슬 줄넘기일 필요는 없잖아요. 제목도 적합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면, 차라리 단어로 된 단순한 제목이 나을 수 있어요. 한번 고려해보세요. 율오님의 시는 풍부한 이미지가 재미있지만 자칫 산만해 보일 수 있으니 빼고 넣고를 여러 번 해보세요. 초고를 길게 쓰고 조금씩 빼가는 방법으로 쓰는 것도 좋고요. 늘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