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내가 다니던 학교의 아이들은 반쯤 미쳐있었다 울고 음해하고 글을 썼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바쁘게 죽어갔다 입학할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강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 것도

일본의 시인들이 연달아 자신의 배를 가른 것도

고뇌의 대가는 주로 그런 셈이야

결국엔 다 같은 결과를 맞이하는 거지

열을 맞춰 놓여있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단무지처럼

끝장날 미래를 알면서도 달려드는 거야

 

사실 나는 내가 글을 쓰고 싶은 건지

대학에 가고 싶은 건지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건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이곳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어

 

실기실에선 그런 이야기를 했다

실없고 웃기고 허황된 이야기

가장 단순한 진심

조금 작은 방안에선 부장 서랍에서 훔친 라면을 먹기도

 

문학이 사람을 단단히 망쳐놓는구나 까딱하다간 전부 죽어버리겠구나 생각할 때쯤 대학에 합격한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멀쩡해졌다 조금 사람다워졌다

성인이 되는 이런 거구나 시시해지고 무료해지고 세상에 순응하게 되는

그래도 나는 우리가 당돌해서 좋았다

어떤 소속감이유대감이자리에서일어나역사선생의무지함을꾸중하는열일곱이좋았는데

우리는 정말 재미없고 예의 바른 스물이 되었네 이상 글을 쓰지 않게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후배들은 블로그에 죽고 싶다고 매일 말한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는 밖에 나가 우리 딸이 " 나았다" 말했다 언제는 안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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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수위티님 안녕하세요. 처음 만나지요? 반갑습니다. 시 잘 보았어요.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진솔하게 쓴 것 같아요. 뭔가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군요. 삐딱한 태도인데도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느껴진달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 미술 실기를 했는데,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경험 때문인지 공감이 갑니다. 조금 산문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아요. 재미없는 날들일지 몰라도 수위티님의 시를 쓰셨으면 합니다. 그럼 다시 만나요.

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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