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화 작업 (수정 3)

점호가 끝났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새벽 자습 앞에서의 투정 거짓말을 입에 달고 수명 연장을 하러 움직인다

 

스터디룸 지정석 앞에 서면 우리가 하는 일 첫 번째 책상 위 벌레 시체 치우기

창문의 빈틈으로 꾸역꾸역 들어왔지만 죽음은 피하지 못한 것들 너 나 구분 없이 쓰레기통으로

다음으로는 하루살이가 이틀을 날아다닐 수 있는 방법 고민하기 시간은 오늘의 새벽 자습 종료 전까지

1시입니다 정리하세요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는 내일 새벽 절반 이상 줄어들 예정

 

새벽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자야지 선생님들은 그러셨지만 우리는 사실을 알아요 벌레 치우기에서 치워지는 벌레로 미래는 바뀔 테죠 하루살이 죽이기가 사명인 학교는 용서하지 못해요 규율에 어긋나는 짓과 24시간을 넘어서는 생존과

 

째깍 학교에 들어서면 다시 흐르는 멈췄던 시간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허용되었던 24시간이 전부 끝났으므로

제1교시 벌레인지 인간인지 제2교시 밟힐지 밟을지 제3교시 죽을지 죽일지 제일 중요한 것은 검토입니다

서술형 답안을 뱉어내고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뱉어낸 것이 침인지 살점인지

 

평가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생존율은 23%… 11%…… 4%입니다.

 

살아남은 학생들을 스터디룸에 붙은 공지사항이 맞이한다

꼭꼭 씹어서 삼켜 넘겨야만 탈이 안 난다고 여기는 어리석은 학생들이 이제는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안타깝지만 모두가 이 일에서 교훈을 얻었기를 바랍니다. 날기 위해서는 지식 소화 금지, 대신 토해내야 합니다.

(선생님 낙서를 발견했어요 그래봤자 과다출혈로 죽겠지 지식 토하기는 불가능의 영역 소화되어 만들어진 살점을 잘라내는 것이다 멍청이들아)

 

학교는 낙서를 지우지 않았다 하루살이가 이틀을 날아다니기 위해서는 하루의 체력을 이틀 써야 하고 힘을 아끼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벼워져야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틀렸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라서

 

오늘도 방송을 따라 이동한 후 책상 위의 벌레를 치운다

공지사항 복습은 필수 어리석은 낙오자들에게

세상이 우리를 죽이려 든다면 살점을 토하고 목숨을 토해서라도 가벼워져 도망쳐야지

 


* 멘토님께서 남겨주신 답글에 대응하는 수정본이 제게 존재하지 않아 죄송하지만 삭제 후 재업로드를 합니다. 게시글 업로드 후 수정 작업을 거쳐 백업본이 존재하지가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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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며칠 전에 읽었던 것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진 느낌이네요. 제가 댓글을 달았던 부분도 찾아보기 힘들고요. 하지만 여전히 시적 국면은 좋지만 하루살이 혹은 벌레에 학생들을 비유하고 경쟁과 생존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글쎄요, 전 관습적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요. 시적 상황에 따른 새로운 발견-그것이 정서적인 것이든 주제적인 것이든-보다는 너무 낯익은 것들만 남아 있다는 게 아쉬운 것이죠. ‘경량화 작업’이라는 제목의 함의가 퇴고 과정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도 아쉽고요. ‘경량화’라는 것이 저에게는 새로운 발견처럼 느껴졌는데 이에 대한 답을 시에서는 찾을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