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국 우울증

1.

자살률 1위의 K국은 언어를 잃어버렸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괜찮다의 반대말
몇 줄의 선의 조합이 전부인 살려달라는 단어

K국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한 과거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것은 손목에 발목에 허리에 목에 걸리는 밧줄뿐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부모에서 자식에게로 내게서 친구에게로 마냥 죽고 싶어 했던 너는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 엮일 것 우리는 2015년 첫날에 고백을 했다 내년 새해 인사는 없을지도 몰라 나도 그래 자살 충동과 우울증이 얼굴을 가리고 만난 날 내가 죽기 전까지는 죽지 마 우리는 약속으로 매듭을 지었다

나는 마법처럼 괜찮아졌고 아주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웃고 울고 싸워야 할 이유를 찾았다 축하해 주세요 어서
티오점 너에게 감사 편지는 단 한 문장만이 도착할 것
나, 지금은 아마 괜찮을 거야 손에는 너와 엮인 밧줄을 꽉 쥐고

 

2.

우리가 사는 이유는 단순해요 내가 죽으면 옆 사람도 죽잖아요 우리는 다 같이 한 줄로 묶였으니까 어쩔 수 없어요 우리에게 언어가 없는 이유는 전부 K국의 생존전략 누군가의 살려야 할 사람을 위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알고 보니까……
K국 사람들은 전부 우울증이에요 나도 우리 엄마도 우리 엄마 친구 딸인 너도

최후의 선언 이제 그만 죽어도 좋습니다 내가 죽기 전까지 죽지 말라는 협박은 무효예요
말하면서 너를 놓아버리면 너에 연결된 모든 사람이 따라갈까 봐
목표는 지구상의 인구 수 유지 우리는 무지에서 나온 거짓말을 익혔습니다
우울을 익히면 무거워지지만 모르면 조금의 무게도 갖지 않는 것처럼

 

3.

아니야 언니 지금 괜찮지 않아 언어를 재현하는 사람

삐걱거리다가 그대로 앞으로 쾅 나는 살려달라는 말을 배우지 못했으므로

관절을 쓸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한 나날의 연속 K국 사람인 내게 잃어버린 언어가 걸어왔다

발이 미끄러지듯 넘어지는 요즘
우울은 병입니다

 

4.

모두가 병에 걸렸는데 누구도 아프다고 하지 않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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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율오님 안녕하세요. 늘 반갑습니다. 시 잘 보았어요. 대체로 좋았는데, 2연이 아쉬웠어요.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 부분들이 많아서요. 제목에서 이미 많이 드러났는데 ‘K국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한 과거가 없다’란 표현은 사족이죠. 같은 이유로 ‘우울’이란 단어가 제목에 나오기 때문에 본문에는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 부분의 ‘우울은 병입니다’라는 표현은, 왜 썼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사족처럼 느껴지네요. 그 외엔 재미있었습니다. 제목에서 많은 걸 말해주는 시들은 본문에서 그것이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써보시고, 반대로 제목이 추상적인 시는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빗대어 써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참고해보시고, 잘 고쳐보시길 바라요. 그럼 다시 만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