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람

너는 네가 산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겠지

희귀하고 진귀한 삼산들과 몸을 섞고

꼬불꼬불 고사리와 뽀송뽀송 송이버섯

싱그러운 나무를 안고 사박사박 갈비들을 밟으며

우람한  바위를 한아름 안았다고 생각하겠지

아침에 눈을 뜨면 수탉의

울음소리보다 우렁찬 태양을 맞이하고

강가로 나가면 오리들과 수영을 즐기는 거지

따끈따끈하게 모닥불 피워놓고 우적우적

오리고기 물고기를 맛있게 먹는 거야

심심하면 나무에 올라가 새알도 훔치고

호랑이굴에 들어가

호랑이새끼들을 놀아주기도 해

너는 네가 산에서 난 아담이라 생각하겠지

깎은 지 이십 년은 된 수염으로

온 산기슭에 위상을 떨치고 있다고 말이야

꼬불꼬불한 라면을 먹고

cctv를 피해 구석에 누워

박카스 한 통을 손에 쥐고

진귀한 것 좀 주쇼 뻔뻔하게 요구하는

당신은 그래,

그 산의 심마니인 거야

언제 산사태를 맞을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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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모로님. 오랜만이에요. 시 잘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알레고리적 공간을 설정하고 이야기하는 건가 싶었다가 후반부에 들어서면 그 공간을 발로 차 버린 것만 같네요. 비유적 공간을 설정했다면 그 공간을 시 속에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물론 후반부에 화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담겨 있겠지만 그것을 어떻게든 전반부의 공간에서 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전반부의 공간과 그 안에서 행위가 관습적인 측면이 있어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후반부의 시적 전환이 그것을 상쇄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