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공주와 함께하는 오후

공황 발작이 와서 119*

 

중년 남성이 다그치는 소리 (언제 들리지?)*

 

일기장*

 

평소에 엄마랑 싸울 거 같으면 피했는데 싸워서 지금 이상태가 되었다 (상태가 뭐지?)*

 

2019년 5월 30일 도서관의 환풍기 소리가 귀에 거슬렸으며*

 

환자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경향이 있음*

 

선생님 펜 어디서 사셨어요?*

 

조소가 날 보며 미소 짓는다 마스크 밖으로 밝혀지는 그녀의 치아

조이가 안경을 올리며 찡그린다 특유의 뿔테안경

나는 혼자 엉망진창 말한다 디테일은 생략

 

각각 따로 함께하는 오후

따로 지만 나몰라 함께하는 공주들

 

조소는 교수이며 조이는 레지던트

조소는 날 타이핑하며 조이는 나의 플레이 버튼을 띵동

 

잔인한 공주**들

 

조소와 조이를 더하면 거대한 카메라***

 

둘은 나를 공유하며

 

조소는 일기를 싫어한다 내가 복용하는 약을 예찬하며 일기를 멈추는 걸 손 내밀며 권유 드려요

조이는 동전을 좋아한다 동전을 던져 앞이나 뒤가 나오면 앞면의 앞과 뒤 뒷면의 앞과 뒤 앞면의 앞면의 앞과 뒤 그러니까 양면성을 보여주기 적절하지

 

씨발, 환자는

얕은 insight****를 가지고 있으며

극적인 단어

 

씨발, 환자는

얕은 wrist self mutilating***** 하며

그려진 횡단보도

 

내가 난간을 잡고 뛰어내리려 했다네

그러니까 mood가…….


*)환자(본인)의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에서 발췌

**)병신

***)빛이 언제나 있는 곳에서 바람이 얕게 부는 곳까지 둥근 얼굴을 들이밀고 시적인 명사를 쓰긴 너무 어리고 다정한 피사체를 담기엔 너무 늙었다

****)현재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 정신과에서는 환자가 자기의 병을 알고 있는 것으로, 여기에는 증상의 이상이 있다는 부분적인 것부터 환자 자신의 태도와 행동의 원인, 성질, 메커니즘 등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는 것까지 있다

*****)손목 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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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김줄님. 시 잘 읽었어요. 흥미로운 시네요. 하지만 시의 전반부의 파편화된 문장들이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이라는 주석이 정말 그 파편화된 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 장치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건 아닐까요. 구어체와 문어체의 시 구절을 묶어줄 만한 장치라면 어떤 면에서는 “일기장”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도 같았어요. 후반부에 ‘공주들’로 명명되는 의사들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이 시를 받쳐야 하는데 이 역시 파편적이라서 흩뿌려져 있는 듯 해요. “씨발”이 들어간 연이 두 개가 나란히 있는 것보다는 조소와 조이의 행위 사이에 놓여 그 말이 지닌 상황 맥락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화자가 자각하고 있는 바를 조금 냉정하게 이용할…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