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내 연애 금지

형 홍보지 남는 거 있어? 김효준 전화에 한숨 푹 쉬고 머리 잔뜩 헤집으며 오층으로 올라갔다. 드럽게 멀리 갔네. 저 멀리서 일 학년 교실 기웃거리고 있는 김효준을 발견한 박재현이 핀잔을 주자 김효준은 억울한 얼굴이다. 아니 니가 일 학년 층 보냈잖아 개어이없다 증말. 익숙하게 호칭 잘라먹은 김효준에게 남는 홍보지 몽땅 건네고 합주실로 돌아왔다. 텅텅 빈 합주실을 둘러보고 있자니 박재현은 조금 억울했다.

 

재현아 나 밴드부 관둔다. 합주 째고 놀러 간 김효준 셀카 구경하면서 댓글 남기고 있는데 별안간 리더란 녀석이 박재현에게 통보했다. 뭔 일 있냐. 건조하게 건넨 대답에 리더 박신우는 추욱 늘어진 목소리로 사건을 설명했다. 강민규랑 헤어졌어.

 

그래서 이렇게 됐다. 고작 4명인 밴드부에서 2명 탈퇴하는 바람에. 기타 빠지고 베이스 빠져서 이 꼴 났다. 박재현은 이마를 짚었다. 부서 내 연애 금지. 박신우와 강민규의 동시 탈퇴 사건 다음 날 빨간 매직으로 큼지막하게 써둔 경고문이 박재현을 노려봤다.

 

 

 

왜. 아무도. 신청서. 안 내지. 박재현이랑 김효준 머리 맞대고 며칠째 낑낑댔다. 절반이 나가버린 밴드부에서는 자연스러운 포지션 변경이 일어났다. 기타 박재현 건반 김효준. 리더 자리는 자연스레 연장자인 박재현이 물려받았다. 보컬은 없다. 이게 무슨 밴드부야 걍 기악부 들어가서 클래식이나 연주하자 우리. 김효준 넋 놓은 채 중얼거렸는데 더 멘탈 터진 쪽은 박재현이라 유학 가버린 드럼 자리에 앉아 머리 쿵쿵 박았다. 머리 처박을 때마다 들리는 웅장한 소리에 김효준은 진짜 돌았냐며 얼굴 찌푸렸다.

 

마감일까지 하루 남았는데 들어오는 신청서가 없었다. 김효준과 박재현은 완전히 포기해버린 상태였다. 합주실 바닥에 누워 방송부한테 빌빌댈 생각이나 하고 있었는데 그건 순전히 김효준 아이디어였다. (김효준 : 우리 방송실에 보헤미안 랩소디 틀어달라고 하자) 가장 이상적인 멤버는 다섯 명이다. 기타 베이스 보컬 건반 드럼. 이제 박재현은 한 명만 들어온다면 기타고 뭐고 투잡 가능하단 생각이었다. 기타 연주하면서 드럼치기? 쌉가능이지. 평소라면 터무니없는 소리에 혀 끌끌 찰 김효준도 동의했다.

 

저기요, 계세요? 박재현과 김효준 송별회라도 해야 한다며 없는 주머니 탈탈 털어 분식집 갈 생각하고 있는데 합주실 밖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대박. 동시에 흘러나온 말이다. 박재현이 빠르게 합주실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멋쩍게 머리 긁으며 인사하는 서시현의 얼굴 보자마자 박재현이 외쳤다. 합격.

 

 

서시현이 어색하게 바닥에 앉아 합주실을 둘러보는 동안 박재현과 김효준은 뒤늦게 신청서를 훑었다. 이름 서시현 나이 열일곱 희망 포지션 드럼. 간결한 신청서였다. 김효준이 함박웃음 지으며 박재현을 끌어안았다. 생판 처음 만난 서시현도 끌어안으려 하는 거 박재현이 겨우 말렸다. 서시현은 잔뜩 얼어있었다.

 

“서시현?”

“네.”

“드럼 잘 쳐?”

“쪼금 칩니다.”

“됐어 그럼.”

 

박재현이 더 이상 볼 필요 없는 신청서를 멀리 밀었다. 김효준은 아까부터 신난 얼굴이다. 밴드부 진짜 개꿀이거든 행사 나가면 봉사 시간 채워주고 합주한다고 수업 째도 되궁. 서시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다시 포지션 정리하자면 이렇다. 기타 박재현 건반 김효준 드럼 서시현. 이러나저러나 좆된 건 좆된 거였다. 시혀니 노래 잘해? 아, 아니요. 함 불러봐! 예? 서시현 노래 실력 듣고 보컬 후보에서 제외했다. 박재현이 다시 머릴 박았다. 사실 박재현의 원래 포지션이 보컬이다. 기타 같은 거 한 번도 배운 적 없다. 막막했다. 김효준은 박재현 눈치 한 번 슥 살피고는 서시현에게 물었다.

 

“시현이 돈 많아?”

“네?”

“돈!”

“저 만 원 정도….”

 

별안간 삥 뜯기게 생긴 서시현이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그러자 김효준은 입꼬리를 하늘까지 솟아 올리며 대답했다.

 

“다행이다. 우리 송별회는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다음 날 서시현은 제 친구들 줄줄 데리고 왔다.

 

 

서시현이 밴드부 복덩이로 불리게 된 까닭은 이러했다. 다 뒈져가던 밴드부 멱살 잡고 끌어올린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서시현이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끌어모아서 밴드부 강제 신청시킨 덕에 밴드부의 빈자리는 속속 채워졌다. 보컬 박재현 건반 김효준 드럼 서시현 베이스 임태희 기타 이승찬. 오랜만에 인원 꽉꽉 채웠다. 파란만장 밴드부 어디 안 간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임태희가 자퇴해서 베이스 자리 비었는데 박재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베이스 포지션을 없앴다.

 

 

 

서시현 첫인상. 완전 비실이. 얼굴은 허옇고 눈썹 살짝 덮는 머리는 좀 귀여웠다. 김효준이 장난칠 때면 붉어지는 얼굴 보면서 사과 같다고 생각했고 극극극존칭은 어색했다. 슬쩍 스친 손은. 얇고 허여멀건 한 손목과는 달리 힘줄이 좀 튀어나왔고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손목으로 드럼을 칠 수 있나 고개 갸웃거리고 있으면 저 알통도 있는데, 하고 묻지 않은 말 수줍게 꺼냈다.

 

형 방금 완전 변태 같았어. 박재현의 짧은 추억팔이에 김효준이 초를 쳤다. 일 학년들이 합주 연습 허락받으러 간다며 교무실로 갔을 때였다. 합주실에는 박재현과 김효준뿐이었다. 박재현은 벽에 기대서 서시현 처음 만난 날을 회상했고 김효준은 바닥에 누워 페북 구경하다 이따금 낄낄댔다. 평소엔 박재현의 말 잘만 씹었으면서 꼭 이럴 때는 꼬박꼬박 대꾸해서 기분 잡치게 만든다.

 

그런 건 언제 캐치했대. 안 했는데 걍 보였어. 박재현의 말에 김효준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부서 내 연애 금지. 아 그런 거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신우 형이랑 똑같은 루트 타고 있잖아. 뭐래.

 

서시현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냥 조금 하얗고 귀여워서 눈길이 가는 것뿐이고. 꼴에 안 어울리게 피어싱 뚫고 온 것도 쫌, 쫌. 앙큼한 강아지 같고. 드럼 치는 거 보면 강아지치고는 사람 같긴 해 근데 또 박자 놓쳤다고 울상 짓는 거 보면 강아지는 강아진 듯.

 

“닌 걍 저 종이 떼라.”

“뭔 종이.”

“부서 내 연애 어쩌구.”

“아 아니라고.”

 

타이밍 좋게 들어온 일 학년들 덕에 대화는 일단락됐다. 선생님이 이거 주셨어요. 서시현 얼굴이 보이자마자 튀어 나간 박재현을 보면서 김효준은 혀를 내둘렀다. 시혀니 다 먹어. 형님은요? 원래 귀여운 사람이 두 개 먹는 거임. 예? 김효준이랑 이승찬은 그 꼴 하도 봐서 익숙해졌는지 고개 내저으며 담당 선생님이 준 과잘 뜯었다. 박재현이 서시현 좋아하는 거 박재현이랑 서시현만 몰랐다.

 

 

 

김효준 말처럼 개꿀 동아리긴 했는데 행사 잡히면 좀 힘들었다. 자습 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하교 시간 다 쪼개서 합주 연습해야 했는데 김효준은 이런 거라도 있어야 팀이 뭉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도 안 했음 밴드부 진작에 폭망하고 사라졌어. 그게 김효준 주장이었고 박재현은 반 정도 동의했다.

 

형님 일찍 오셨네요오. 자다 깬 상태로 합주실 문 연 서시현은 자연스레 박재현 옆에 자릴 잡고 앉았다. 저번 시간 무슨 시간이었어? 저 수학. 아 황경태 개노잼이지. 서시현이 고개 끄덕이고 박재현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너무 순식간이라 박재현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벌게졌는데 서시현은 아무 생각 없어 보였다.

 

 

그날 합주는 유독 길었다. 박재현 삑사리 내고 김효준 쓸데없는 애드리브 하다가 타이밍 놓치고 이승찬 기타에 손 베이고 서시현 드럼 스틱 부러뜨린 바람에. 오늘은 날이 아닌가부다. 김효준은 쓸데없이 긍정적이라서 이승찬의 손에 밴드 붙여주고는 먼저 집 간다고 가방 메고 튀었다. 이승찬도 그 뒷모습 쳐다보다가 가도 된다는 박재현의 말에 인사하고 김효준을 뒤따라갔는데 서시현만 시무룩한 상태 그대로 드럼 앞에 앉아있었다.

 

시현이 왜 그래. 몇 주간 지켜본 바로 서시현은 은근히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다. 자기 실수 남들은 다 용납하는데 자기만 못 하는. 어쩌면 조금 미련한. 그런 서시현을 모르는 거 아니라서 박재현은 일부러 친절한 목소리로 서시현에게 말을 걸었다.

 

“멋지고 잘하는 모습만 보여 드리구 싶었는데.”

 

부러진 드럼 스틱 쥐고 눈물 떨구는 서시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토닥여줬다. 아냐 잘했어 시혀니 우리 팀 복덩이. 박재현 입으론 이런저런 응원의 말을 남겼는데 속은 이미 뒤집힌 채였다.

 

 

서시현 진짜 사람 아닌 듯.

김효준 :또 먼데

우는 거 완전 귀여움

김효준 : 왜 이래 진짜

 

서시현을 집에 보내고 김효준이랑 카톡 했는데 머릿속에 자꾸만 그 얼굴 그려져서 미칠 것 같았다. 허연 얼굴로 귀랑 눈 주변만 붉어져선 눈물 흘리는데. 그건. 너무. 박재현은 생각하기를 관뒀다. 부서 내 연애 금지. 때마침 눈에 들어온 붉은 글씨는 여전히 박재현을 노려봤다. 뭘 봐. 혼잣말 중얼거리다가 결국 그 종일 찢어버렸다. 어쩌자고 찢었지. 휴지통에 종이를 쑤셔 넣고 나서야 박재현은 회피하던 마음을 인정했다.

 

신우야 고백 어케 하는 거냐. 박신우한테 문잘 넣은 건 박재현이 제 마음을 인정했단 증거였다.

 

 

서시현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고백부터 하는 건 도박이었다. 헤어진 친구한테 연락해서 고백 방법 물어보는 건 무슨 심보냐고 차단 먹는 바람에 박신우의 조언을 듣지 못한 박재현은 조금 심란했다. 제 마음 인정하고 나니 얼른 고백해버리고 싶은데 할 방법 몰라서.

 

“대놓고 연애하기로 한 모양이지?”

 

웬일로 일찍 온 김효준이 고개 갸웃거리며 합주실 둘러보다가 드럼 앞에 앉아 서시현이랑 카톡하고 있던 박재현을 발견하곤 말을 걸었다.

 

“시현이랑 사귀기로 했어?”

“아니.”

“그럼 종이 왜 뗐어.”

“내 맘.”

 

서시현이랑 카톡할 땐 얼굴에 함박웃음 매달고 있었으면서 김효준의 질문에 답하는 박재현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리더의 부원 차별 이미 박신우 때부터 겪어 왔던 거라 크게 서럽지는 않았는데 좀 어이없긴 했다. 별꼴이네. 한 마디 툭 던지고 대충 걸치고 온 가방 열어서 악보 꺼내는데 갑자기 박재현이 김효준의 이름을 불렀다.

 

“시혀니한테 고백할래.”

“하시등가요. 차였다고 질질 짜면서 탈퇴 선언하진 말구.”

“어떻게 하지?”

“뭘.”

“고백.”

 

자칭타칭 연애 고수 김효준이었다. 박재현은 평소에 그 소리 들을 때 헛웃음만 오천 번 쳤는데 사람 마음 깨닫고 나니까 미쳐버릴 것 같아서 결국 김효준에게 에스오에스 했다. 박재현의 말 듣고 김효준은 슬그머니 올라가는 입꼬릴 겨우 끌어내려야 했다.

 

고백은 성대해야 해. 방송실 마이크 잡고 시혀나 사귀자 외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인데 그거 박신우 형이 했다가 그 뒤로 방송실에 밴드부 출입금지 됐거든 그래서 그건 못하구. 형 노래 잘하잖아 노래로 고백해 내가 옆에서 피아노 쳐 줄게 이승찬까지 옆에 불러놓고 기타 치라고 하자. 서시현 암것도 모르고 합주실 들어오다가 그 모습 보면서 눈물 뚝뚝 흘리고 감동 오지게 받은 담에 그 뒤는 뻔하지. 실패할 리가 없는 방법이야.

 

김효준이 알려준 방법은 어딘가 이상했는데 박재현은 일말의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고백해? 아니 몰라. 오늘 해 걍. 이승찬 데려올게. 박재현은 갑자기 깔린 판에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쇠뿔도 단숨에 당기랬다고 곧 휴대폰 들고 멜론 뒤져가면서 고백할 때 쓸 노랠 찾았다.

 

 

근데 김효준이 데려온 사람은 고백받을 당사자였다. 야 이승찬 데려온다며. 박재현이 눈으로 욕했는데 김효준은 억지로 그 시선을 피했다.

 

“드럼 스틱 새 거 들고 왔어요.”

“아 그래? 으응, 잘했어.”

 

아무것도 모르는 서시현은 평소처럼 드럼 스틱이랑 악보 들고 드럼 앞에 앉았는데 김효준과 박재현만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서로 귓속말을 해댔다. 저게 이승찬이냐? 아니 시현이랑 마주쳤는데 어케 피해. 결국 불똥은 뒤늦게 합주실에 들어온 이승찬한테 튀었다. 사유는 지각이었는데 늘 20분씩 늦던 김효준까지 화내니까 이승찬만 억울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행사까지 이틀 남았다. 내일은 리허설이라 정신없어질 예정이라서 오늘 바짝 당겨 연습해둬야만 했는데 서시현 눈에 비친 박재현은 알게 모르게 축 처져 있었다. 잠깐 쉬었다 하장. 김효준 목소리에 박재현이 고갤 끄덕이고 벽에 기대어 앉았는데 서시현은 그 모습에서 병든 닭을 떠올렸다. 왜 저러시지 무슨 일 있나. 박재현이 걱정돼서 다가가려는 찰나 김효준이 먼저 선수쳤다. 박재현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이승찬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어, 어디 가세요?”

“아 그냥 잠깐 교무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웅 합주실 잘 지키구 있어.”

 

 

절반이 빠진 합주실은 썰렁하다. 서시현은 제가 처음 합주실에 발을 들였던 날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제일 먼저 보인 건 섬뜩한 글씨로 합주실 문 앞에 적혀있던 노크하세요. 그거에 괜히 쫄아서 조심스레 문 두드렸는데 나온 건 말랑하게 생긴 박재현. 뒤늦게 그 섬뜩한 글씨체가 박재현의 것임을 알았고 외모와 완전히 상반되는 글씨가 조금 웃겼다. 처음에 박재현은 시선도 안 마주친 채 연습하자 박자 좀만 더 맞추자 쉬었다 하자 등등의 명령을 했는데 알고 보니 낯을 엄청 가리기 때문이었다. 맨날 부둥부둥해주는 김효준 옆에 붙어있다 보면 이따금 박재현의 시선이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눈 마주치려 하면 곧바로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러다 어떻게 이 상황까지 왔더라. 합주 잠깐 쉬던 중 옆으로 박재현이 와서 앉았고. 시혀나. 이름 불렀고. 네? 얼굴 돌렸는데. 너 너무 귀여워. 뜬금없는 칭찬 받은 뒤에.

 

 

형. 서시현 목소리에 박재현이 고갤 들었다. 우물쭈물 드럼 앞에 앉아있던 서시현이 박재현과 눈 마주치자 자리서 일어나 박재현의 앞으로 걸어간다. 형. 응. 있잖아요. 응.

 

“저 이제 싫어지셨어요”

 

서시현이 박재현보다 더 처진 목소리로 말한다. 분명 질문이었는데 물음표는 들리지도 않았다. 박재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시현을 살폈다. 오늘 하루종일 쫌, 쫌 이상하잖아요. 대답도 흐지부지 말도 안 걸어줘 눈도 안 마주쳐. 어디 아픈가 했더니 효준이 형이랑은 잘만 얘기하고 승찬이랑도. 제가 싫어지셨음 말씀하셔도 돼요 고칠게요.

 

박재현은 이상한데서 용길 얻는 타입이라 당돌하게 할 말 하는 서시현을 보면서 이상한 충동을 느꼈다. 쟤도 저렇게 터놓고 말하는데 형인 내가. 이렇게 머뭇거려도 되나.

 

행사 이틀 남았는데 고백하고 까여서 탈퇴할 생각 말고 걍 적당히 버티다 행사 끝난 담에 고백해 보컬 없이 밴드부 못해. 김효준이 귓속말로 속삭인 말은 다 잊어버렸다. 왜 기분 나쁘게 헤어질 걸 전제로 까냐? 아 예방 차원이지 그럼 닌 독감 걸린 담에 예방주사 처 맞던가. 박재현은 떠오르는 김효준의 목소릴 억지로 가라앉혔다. 서시현은 여전히 박재현의 눈을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웃겼다. 정말 싫다고 하면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시현아 있잖아. 네. 부서 내에서 연애 금지거든. 네. 근데. 네. 그거 내가 뜯어버렸어. 네?

 

 

 

리허설은 쫄딱 망했는데 실전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박재현이 뜬금없는 애드리브를 넣다가 음 이탈 난 것 빼고는. 그 모습을 보면서 김효준은 화냈고 이승찬은 한숨 쉬었는데 서시현만 드럼 앞에 앉아 남들의 시선을 피해 짧게 웃었다.

 

“형 니 진짜 리더 자리 반납해라.”

“형 하실 거면 저희한테라도 말해주시지 조절해볼 수 있었는데.”

 

대기실에서 온갖 핀잔 다 듣고 있는 박재현을 보던 서시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멋졌어요 정말로. 그 말을 들은 김효준은 인상을 찌푸렸고 이승찬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는데 박재현만 웃었다.

 

 

부서 내 연애 금지.

 

근데.

박재현과 서시현은 가능. 새로 바뀐 밴드부 규칙은 오로지 박재현과 그 애인 서시현의 권한이었다.

 

 

 

 

늘 어둡고 침침한 글 쓰는 걸 즐겼는데 어느 날 내 나이대에 어울리는, 그리고 내 나이대에 쓸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써봤습니다! 항상 피드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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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

안녕하세요, 카임 님. 오랜만에 웃음이 터지며 읽은 소설이었어요. 구어체의 문장이 감각적이고 유머가 있네요. 문장을 운용하는 흐름이 정말 좋은 듯하고, 굳이 문장을 각을 잡으며 진지하고 정합적으로 써내지 않았음에도 읽으며 어떤 자연스러운 구술성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인물들 또한 개성이 있어서 마치 이 인물들이 실제로 제 앞에서 활동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꽁냥꽁냥하는 기분? 이 귀여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를 부둥부둥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시현아 있잖아. 네. 부서 내에서 연애 금지거든. 네. 근데. 네. 그거 내가 뜯어버렸어."라는 박재현의 고백도 은근하고 로맨틱하며 센스가 넘치네요. 카임 님의 소설을 몇 번 읽었는데 이 소설의 경우 의외의 장점을 발견한 듯했어요.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유쾌한 소극이나 청춘 로맨스물을 읽은 느낌도… 더보기 »

핸지니

글이 참 좋아요. 요 근래 읽어본 소설 중(기성 작가의 작품도 포함해서)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소설을 읽었네요. 읽는 내내 실실 웃음이 났어요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항상 응원할게요.

핸지니

비밀댓글입니다.

달에

비밀댓글입니다.

설사똥

현장감 있고 실감 난다 디테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