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복수 – 햄릿과 템페스트를 읽고

복수는 쉬운 것이 아니다. 복수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상대가 나한테 준 피해를 계산하지 않고 단시간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돼 갚아 주는 것. 다른 방법으로는 장기간에 걸쳐 철저하게 계획해서 똑같이 받은 대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하지만 두 방법 다 너무 허무하기는 다름이 없다. 나는 지금부터 그 복수에 관한 이야기 두 개를 해보려고 한다. 허무하게 끝나는 복수와, 가치있는 것으로 바꾼 복수의 이야기를 말이다.

복수 하면 바로 떠올리는 것들이 있다. 바로 ‘햄릿’이다. 누구는 복수에 관한 한국 영화 세 개를 떠올릴지도 모르고 누구는 재미없는 다른 것들 몇 개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제일 유명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은 단 하나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에서, 모든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평가받는 햄릿은 대표적인 복수의 예를 보여준다.

하루아침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동생과 결혼 하려는 상황을 앞 두고 있는 햄릿은 밤에 신하들이 귀신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귀신을 보게 된다. 귀신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돌아가신 선왕인 아버지였고, 아버지는 자신이 죽은 경위를 설명하게 된다. 아버지를 죽인 게 아버지의 동생이었단 걸 알게 된 햄릿은 귀신이 된 아버지가 하는 부탁을 듣고 복수를 다짐한다. 그렇게 햄릿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어머니는 거리낌 없이 원수와 결혼을 하고, 왕(햄릿의 아버지의 동생)이 된 삼촌이 보낸 정탐꾼들은 끊임없이 햄릿을 괴롭힌다. 자신의 편이라고는 충실한 하인 몇 명과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좋아하고 있는 왕의 재상의 딸인 오필리어 뿐이다. 그렇게 햄릿은 어떻게 복수할까 계획을 세우며 주변 사람들한테는 미친 듯 행동한다. 하지만 햄릿에게는 불리한 상황만 생겨 의도치 않게 오필리어의 아버지를 죽인다. 햄릿은 결국 자신을 좋아하는 오필리어에게 제대로 대하지도 못한 채 결국 오필리어를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그 소식을 듣게 된 오필리어의 오빠는 아버지와 동생의 복수를 다짐한다. 그렇게 햄릿은 다른 복수를 낳게 된다. 오필리어의 오빠는 햄릿과 검술 대련을 펼치는 중에 왕과 함께 몰래 칼에 묻혀둔 독에 반대로 자신이 당한다. 왕이 모든 것을 꾸몄다는 걸 알게 된 오필리어의 오빠는 햄릿한테 복수를 부탁하고 죽는다. 햄릿은 결국 복수를 이루지만 오필리어의 오빠한테 다친 상처가 커 끝내 죽는다.

결국 햄릿은 얻은 게 하나도 없었다. 좋아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복수에 연연해서 끝내 죽게 만든 오필리어.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까지, 햄릿의 복수 대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복수는 성공했지만, 복수를 위해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 자신이 복수 대상이 되어서 결국 자기 목숨마저 잃고 나라까지 다른 나라 왕자의 손에 넘어간다.

아버지를 위해 다른 소중한 것들을 잃어야 했을까? 살아있는 사람까지 희생해가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 했을까? 복수를 위해 했던 행동이 더 큰 죽음들을 낳고 또 다른 복수를 낳았다. 햄릿은 복수의 결과가 안 좋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어코 복수하는 것을 선택했을까. 좀 더 현명한 방법으로 대처할 수는 없었을까? 그런 햄릿의 아쉬움을 대변해주는 다른 희곡이 있다. ‘템페스트’는 자신의 권력을 동생한테 빼앗겨 섬으로 쫓겨난 한 신하의 이야기다. 왕 다음가는 큰 권력을 얻은 푸로스퍼로는 자신의 마법의 연구에 몰두하면서 대부분의 일은 동생한테 넘긴다. 동생은 그런 형을 배신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왕을 설득시켜 푸로스퍼로를 먼 섬으로 쫓아내 버린다.

푸로스퍼로는 자신의 딸과 죽을 위기를 넘겨 섬에 정착하고, 마법연구를 완성하게 된다. 복수를 위해 푸로스퍼로는 섬에 살던 정령들을 부리고,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왕과 동생, 왕자 등이 배를 타고 남의 나라 결혼식에 갔다 오는 길에 푸로스퍼로는 마법을 써 폭풍우를 일으킨다. 배는 침몰해서 섬에 정박하고, 왕과 동생, 신하 몇 명은 섬을 헤매게 된다. 왕자는 따로 떨어져 어쩌다가 푸로스퍼로의 딸과 만나게 되고, 단번에 사랑에 빠진다. 푸로스퍼로는 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자 기분이 좋아져 모두를 용서하게 된다. 동생은 용서를 구하는 기미가 안 보였지만 푸로스퍼로는 그마저도 모두 감싸 안고, 자신의 동생처럼 왕의 동생도 형의 자리를 넘본 걸 알지만 그것 또한 용서한다. 마지막으로 푸로스퍼로한테 복수심이 생기려고 했던 정령을 놓아줌으로써 자신을 증오하는 것도 없앤다.

어쩌면 푸로스퍼로는 모든 걸 처음부터 계획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복수를 꾸미다가 여러 번 생각하고, 또 마지막으로 딸이 기뻐하니 모두를 용서하고 화해시킨 것이다. 템페스트에서는 용서가 복수와는 차원이 다른 승리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어쩌면 햄릿도 푸로스퍼로처럼 오랫동안 생각을 하고, 여러 번 계획했더라면 더 현명하고 좋은 방법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어린 햄릿과 노련한 푸로스퍼로는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복수를 하기 전에 망설이는 건 누구나 하기 마련이다. 그 망설임을 햄릿은 비극으로 옮겼고, 푸로스퍼로는 용서와 화해함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을 열었다.

자신한테 큰 해를 끼치고 죄를 지은 사람을 용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나한테 소중한 것들이 아직 남아있다면 그걸 위해서라도 복수보다는 용서를 하는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용서했지만 아직 나한테 용서를 빌지 않고 반발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복수 때문에 복수보다 더 좋은 것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용서와 화해는 쉽지 않지만 이루어낸다면 복수보다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분들은 햄릿과 푸로스퍼로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나는 템페스트의 푸로스퍼로 같은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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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은실

물자루스 님 안녕하세요. '복수'를 키워드로 두 편의 서사를 비교 분석해주셨네요. 비교하는 글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추려내고 그것의 같고 다른 점을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좋은 시도를 해주셨네요! 이 글에서는 '햄릿'의 복수를 실패한 것으로, '템페스트'의 복수를 화해로서 극복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햄릿'의 서사에서 '복수'를 조금 더 다면적으로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서사에서 인물이 복수를 행하게 되는 근거는 충분히 주어져 있지요. 물론 복수가 아닌 다른 방법을 추구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인물이 '복수'를 선택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명예 등의 요소와 함께 고려해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또한 복수로 인한 삶의 성패를 진단하기 이전에 '복수'라는 서사 요소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