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름,

일곱 번의 사계를 넘어

힘들여 올라간 높다란 고목은

누구보다 너를 사랑했으리라

 

곰팡내 찌든 낡은 방에

질투가 났던 것인지

네게 밀려오던 고요한 밤은

널 감싼 뿌리에 막히고

입만 다시며 별에게 되돌아갔다

 

밤나무 꽃 필 때 즈음

거칠게 빗어진 등을 올라가

세월의 응어리를 뿜어내던

그 영광의 순간까지도

우두커니 서서

조용히 지켜보던 속모를 옹이구멍

 

격랑의 시간이 지나고

네 다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때

너의 싸늘한 시신 위에

뚝, 뚝

낙엽으로 애도하던

그대여, 사랑하는 벗이여!

 

아이들아

부디 나무 위 매미

모질게 떨쳐내지 말아다오

너희 채집통 구석엔

그늘도 바람도 사랑도 한 점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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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똑비 Recent comment authors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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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처음 뵙네요, 똑비님. 반가워요. 시 잘 읽었습니다. 매미에 시선을 두고 그의 간절함을 포착하는 한편 그와 함께 하는 나무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어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화자의 목소리 – 교조적인 방식(가르치려는 태도)는 덜어내도 될 것 같아요. 애틋해 하는 마음만 형상화하면 더 좋은 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매미가 겪어야 하는 “세월의 응어리”“격랑의 시간”이 무엇인지 풀어서 구체적으로 드러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