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소나기에 대고

도망칠 때면 구름을 쫓습니다

우박보다 비를 맞고 기절하려 합니다

 

배보다 세모난 연기를 안개 위에 둥실 띄우고

뱃삯은 내 욕설입니다

어이 없는 사공보다 젖은 나의 머리카락

 

흰색이 파랑으로 물들 때

구름이 녹아들 것이며 땅으로 녹아들 것이며 식물에 맺힐 것이며 맺힌 게 많을 것이며

이슬을 잡아먹을 생각에 배가 고파지는데

 

그 바다 어딘가에 사는 북극곰은 물개를 뜯어먹고

내 이슬을 훔쳐갈 것인데

 

하릴없이 노를 젓는 당신을 돌이켜 세우고

당신의 바짓가랑이에 몸을 좀 맡기겠습니다

말이 없는 사공보다 빠른 나의 손가락

 

나는 목 가까이 물웅덩이가 차오르기 전에 비밀을 털어 놓아야 합니다

뒷덜미에 서리는 방울들이 당신을 얼마나 가라앉게 합니까

 

달달 떠는 목소리는 그 곰이 벌써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어 울었습니다

 

빙산에 다가가는 아이야

거대함에 매료된 너 말야

너는 그 전에 얼어죽을 거란다

 

코트를 두껍게 입어도

히터에 몸을 쬐어도

너는 그 전에 식어버릴 거란다

 

아직도 그렇게 웃어봐

그곳에 머리를 박잖아

아무도 너를 찾지 못할 거란다

 

다 부서진 구름 앞에서 그렇지만 나는 살아있다고 말해버린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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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지이병국 Recent comment authors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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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한바지님. 처음 뵙네요. 반가워요. 시 잘 읽었어요. 부분부분 초여름 소나기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그것이 각 행의 분절로 인하여 연결되는 느낌은 주지 못하는 거 같아요. 화자의 사념이 집중하는 지점이 잘 보이지 않거든요. 시를 너무 펼쳐놓는 느낌이에요. 3연 2행의 이미지를 좀 더 밀고 갔으면 좋겠어요. 북극곰이나 물개, 이슬이나 배를 가져온 부분들이 시를 산만하게 할 뿐, 별로 신선해보이진 않았어요. 초여름 소나기의 구체적 이미지를 형상화한 연후에 그 소재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보았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