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하기 요령 2 – 그러니 무엇이든 예술로 쓰려고 하는 나는 쓰임새가 없겠지?

  그맘때쯤 나는 처음으로 소라껍질을 통해 바다 소리 듣는 걸 해 봤다. 한 달 전쯤 휴양지에서 주워 온 소라껍질이었다. 장소는 다른 소음이 없는 잔잔한 기류가 흐르는 곳. 껍질 귀퉁이를 귓구멍에 힘껏 욱여넣고, 눈을 감으면 마침내 싸아아 싸아아 작은 파도소리가 울린다. , 많은 시인들은 소라껍질을 작은 바다에 빗대 노래해 왔으나, 그 새벽, 홀로 난 그런 시들을 반대했다. 꼭 죽은 바다를 화장하고 피어오르는 연기를 담아둔 것 같아서.

  낭만의 유효성이란. 생명이 다 한 추억ㅡ 그러나 나는 제법 많은 소라껍질들을 거느리고 있지 않나. 나는 생각한다. 더는 안부조차 묻지 않게 된 스승으로 칭할 수 있을거라 단정했단 선생들이며, 거실에 여전히 놓여 있는 오년쯤 죽은 햄스터의 빈 케이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얼글조차 가물한 짝궁에게 받은 색종이 편지, 휴대전화를 옮길 때 자의적으로 전화번호부에 부러 옮기지 않았던 수 많은 친구들의 이름, 여행 사진, 그런 것들을 *떠올린다. 어쩌면 기억에 한계가 있는 것은, 그 체취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그만, 미, 련, 을, 방, 생, 시, 켜, 새, 것, 에, 건, 강, 히, 열, 중, 하라는 암묵적인 배려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무엇이든 예술로 쓰려고 하는 나는 쓰임새가 없겠지? *나는 자주, 흐느끼는 어깨를 감싸 쥐기는 커녕, 또 다른 *비유를 찾아내며 위로를 보류하곤 하는데. 성가실 뿐이겠지. 여전히 한 가지 언어만을 고집하는 나의 사랑은. 나도 그런 사람들을 보며 혀를 차던 때가 있었다. *싸아아 싸아아.

*1) 연출된 그리움, 그리워한다는 착각에 빠져 현실의 행복을 부정하기. 보란 듯이 잘 산다는 말은 슬프다.

*2) 멋대로 뮤즈를 선정해 마음에 드는 글을 써 놓고는, 무례한 창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갈등이 생겨 공유하지 않았다.

*3) 너의 속눈썹 그늘에는 그 날 해일이 내렸다. 그러나 나는 그 비가 다 그치는 동안 자리를 지켰고 그게 다였다.

*4) 네가 물리적인 파도였다면. 불친절한 여름 밤바다는 종용되지 않을 한기를 품곤. 나는 그 싸늘한 한기가 내 발을 훑는 걸 꽤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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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일

녹두 님, 안녕하세요. 추억하기 요령 2 잘 읽었어요! 감각적인 문장이 장점이네요. 소라껍질 에피소드가 앞부분에 있어서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어요. '꼭 죽은 바다를 화장하고 피어오르는 연기를 담아둔 것 같아서.' 이 문장에서 녹두 님의 다른 시선이 와 닿네요. 그런 자신만의 해석이 창작자한테는 가장 귀한 재산입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 바다 소리가 들린다고 할 때 다른 비유, 이야기를 꺼내는 시선!^^ 연기를 담아두었다는 말은 처음 들어서, 문득 생각해보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어쩌면 기억에 한계가 있는 것은, 그 체취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그만, 미, 련, 을, 방, 생, 시, 켜, 새, 것, 에, 건, 강, 히, 열, 중, 하라는 암묵적인 배려일 수도 있겠다. 이 문장이…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