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

검은 구름 흐느끼는 날
졸음에 취해 울렁이는 몸부림.

명령으로 숨 쉬는 하루
눈꺼풀 한 움큼 붙잡고 들어 올려
번들번들한 머리카락이나 씻어라.
발밑의 끈끈한 그림자는 그대로 두고
하얀 먼지 품은 옷에 몸을 끼워 넣자.

우산을 넘어 정면으로 맞서는 빗방울
두 정거장 전에 노란 020 버스
난 10분 동안 시를 쓴다.

*

18살의 스터디 플래너
볼펜으로 사각사각 묻히는 10시간,
6월 국어 모의고사 시험지를 펼치면
여전히 소나기 퍼붓는 지루한 장마이다.

한용운 시인은 절대자를 찾아 사는데
우린 대학만 가면 살맛 나겠네?

점심시간에는 낄낄거림 없이
고요한 재수학원에 반찬 냄새만 돈다.
두들기는 빗소리로 잠기운을 환기하고
주제 모르는 병신이란 말도 달게 녹여 먹어,
160일만 죽은 듯 살자. 살어라.

*

명령을 꿀꺽이는 하루
집으로 가는 길 020 버스에는
끄적이다 말았던 시가 한 편 들어있다.
덜컹이는 내부, 메모장을 덮는다.
나는 시 쓰기를 그만두었고

꿈도 덮어둔 날, 비는 똑같이 내렸다.

 

 

(고등학교에 가지 않는 18살 청소년입니다. 원래 17살에 수능을 보았으나, 그때에 비해 2021 6월 수능 모고 점수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재수학원에 다니는 중이고 그 정황을 바탕으로 적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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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사랑하마님 안녕하세요. 다시 만납니다. 시 잘 보았어요. 단순하지만 진솔한 것이 매력 있군요. 1, 2연은 없어도 될 것 같아요. 하루의 시작부터 끝을 일일이 보여주는 시는 아니잖아요? 단도직입적으로 3연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럼 ‘020번 버스-> 시 -> 다시 020번 버스’로 옮겨가는 심리적 이동도 더 자연스러워질 테고요. 중간의 ‘시’ 파트도 조금 더 진솔한 어투로 써도 될 것 같습니다. 투박하더라도 일상을 정확하고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재미있게 읽었으니 고쳐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