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징어 을낙지

언젠가 별을 보곤 했다
빛을 쫓는 오징어들이 수근거렸다
크게 될 거야 크게 될 거야

만선이다

땅꼬마도 빛을 셌는데
언젠가 털과 이가 빠진 나는
낙지가 되어 심해를 기어갈 것이라 읆조렸다

만선이다

그렇다면 난 대왕낙지가 될 거라고
그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거라고
빌어먹을 주둥이가 먹물을 내뱉었다

만선이다

모두 말랑거린다
부드러운 입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어
그저 잿물이 흘러나올 뿐
오래전에 벗어버렸던 갑옷이 아른거린다

만선이다

가끔 오징어 틈으로 낙지가 말려온다
해류보다 가벼운 축하가 올려세웠다
그럴 때면 별로 흥겹지 않게

만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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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Recent comment authors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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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한바지님. 또 뵙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제목의 유희가 시 속에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오징어와 낙지의 관계, 그것을 갑을로 보든 주동과 피동, 혹은 빛과 어둠의 형태로 보든 그 대비가 조금 더 분명하게 제시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오래 전에 벗어버렸던 갑옷”이 낙지에게 어떤 의미일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기본적인 질문은 갑오징어/오징어의 구도가 아니라 갑오징어/낙지의 구도를 제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 같고요. ‘갑옷’ 때문인건지, 아니면 그저 갑을 때문인 건지. 분명한 효과를 기대했을 텐데 시에서 그것이 충분히 발현되진 못한 것 같아서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