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퇴고)

무거운 책가방에 깔려
검은 구름도 같이 흐느끼는 날이다.
우산을 넘어 정면으로 맞서는 빗방울
두 정거장 전에 노란 020 버스
난 10분 동안 시를 쓴다.

*

18살의 스터디 플래너
볼펜으로 사각사각 묻히는 10시간,
6월 국어 모의고사 시험지를 펼치면
여전히 소나기 퍼붓는 지루한 장마이다.
현대 시 파트에서 머뭇거리며

한용운 시인은 절대자를 찾아 사는데
우린 대학만 가면 살맛 나겠네?

점심시간에는 낄낄거림 없이
고요한 재수학원에 반찬 냄새만 돈다.
두들기는 빗소리로 잠기운을 환기하고
주제 모르는 병신이란 말도 달게 녹여 먹어,
160일만 죽은 듯 살자. 살어라.

*

점수가 나를 삼킨 하루
집으로 가는 길 020 버스에는
끄적이다 말았던 시가 한 편 들어있다.
덜컹이는 내부, 메모장을 덮는다.
나는 시 쓰기를 그만두었고

꿈도 덮어둔 날, 비는 똑같이 내렸다.

kakao
....

1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1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1 Comment authors
이병국

이 시는 구성이 잘 되어 있네요. 권민경 멘토님의 조언을 잘 반영한 것 같아요. 진정성이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그런데 저는 “난 10분 동안 시를 쓴다.” 같은 말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어요. “160일만 죽은 듯 살자. 살어라.”란 표현도 마찬가지고요. 솔직히 “주제 모르는 병신”이란 표현도 거슬려요. 자기연민처럼 느껴지거든요. 재수학원에 다니는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런 삶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해요. 조금만 더 고쳐보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