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을 넘어 사인은 추락사

도와주세요 언니는 죽을 거예요

 

4등급의 성적표를 쥔 언니에게는 멈추지 않고 걷는 형벌이 내려졌다 지구는 둥그니까 괜찮아 말하는 사람들 70점을 넘어보지 못한 언니는 평평한 지구를 믿었다 모든 둥근 것과는 거리가 먼 우리 언니 지평선은 추락하기 좋은 장소야 천진하게 외치는 목소리에 아무도 웃지 않는다 언니에게는 미래보다는 당장 보이는 것을 믿자고 했잖아요 밟히는 땅은 평평한데 지구가 둥근 것은 예외인가요

 

상하관계를 없앤 아서 왕의 원탁 이야기

언니 모서리를 깎고 깎은 원은 평화의 상징일까

기만이지 내가 둥근 것을 싫어하는 이유야

언니 지구가 구인 것도 평등을 위해서일까

절벽이 없다고 추락사가 없겠니

 

언니는 직선을 좋아했다 원을 잘라 펼치면 선 군데군데 꼬집으면 다각형 언니가 마법사일지도 모른다고 몰래 생각하던 나날들 원하는 대로 점수를 만들 수 있다던 언니는

 

누가

반항을

이딴 식으로

하랬어

평등의 정의가 바뀐 걸 우리가 왜 모르겠니 그래도 살아야지 살아서 바꿀 생각을 하지는 못할망정 바닥까지 떨어지는 건 네 역할이 아니잖니 잠깐만 참으면 고통은 끝나는 걸 똑똑한 네가 몰랐을까 언니의 성적표에 0점이 찍혀 돌아온 날 두려움에 쫓기는 엄마와 눈을 감지 않는 언니 사실 언니는 마법사가 아닌 탐험가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평선 너머를 보고 왔어 어땠는데 이건 비밀인데 알고 보면 지구는 네모난 원이야

 

언니는 성적을 핑계로 집을 나갔다 독서실에서 밤을 새는지 새벽까지도 들려오지 않는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거실에서는 엄마가 원을 그리고 있다 지구에 중력이 없었으면 네 언니는 진즉 우주로 떨어졌을 거야 옆에서 삼각형 사각형 내가 아는 모든 도형을 그린다 지구는 둥그니까 괜찮다고 그러던데 귀퉁이 찌그러진 원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 우리 엄마 컴퍼스도 없던 시절 왜 하필이면 지구는 가장 그리기 어려운 원이 되었을까

 

x축 y축을 긋고 x^2+y^2=1 도형을 그리자 중심이 (0, 0)이고 반지름을 1로 하는 원

호선과 직선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는 엄마 가로선을 그으면 동점자였고 세로선을 그으면 순위였다 언니는 사람들이 둥근 것에 지쳐 곧은 것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차례대로 줄을 서는 것은 숙명이었던 것일까 70점을 넘지 않는 언니는 사실 (1, 0)에 서는 방법을 안다 멈추지 않고 걷는 형벌의 종착점이었고

 

지구는 네모난 원 지평선은 없지만 추락사는 있고 둥근 것들은 하나같이 기만이다

kakao

2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1 Comment threads
1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2 Comment authors
권민경

율오님 안녕하세요. 늘 반갑습니다. 시 잘 보았어요.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일단 화자인 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화자로 등장하고 있는데 왜 꼭 이 동생 화자야 하는지? 소설도 그렇지만 시에서도 불필요한 인물이 등장할 필요가 있을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시가 좀 긴 편인 것 같네요. 평화, 평등, 기만 등의 큰 단어들도 돌연하게 등장하고요. 일단 4연까진 좋았으니, 그 뒤를 좀 정리해 보죠. 너무 결말짓지 마시고요. 소설과 시의 차이에 대해서도 꼭 생각하시면서요. 요구 사항이 많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여러모로 힘든 시기이니 천천히 느긋하게 쓰시길 바랍니다. 그러는 편이 오히려 시가 잘 써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