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올린 물

 

 

마지막 하수도에서,

구정물이 뭉글뭉글 끓어오른다

한 뭉치씩 씹다 뱉은 먼지가 온통 벽돌 틈새에 기생한다

해독할 수 없는 고대 벽화처럼 흔전막 남은 하수도

상공의 어디쯤에서 비집고 들어온 햇빛이

잘록한 물방울 모양 구멍을 비춘다

그곳에는 태생이 불분명한 거미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의 흔적을 그리고 있다

싱싱한 거미줄이 만들어낸 빨랫줄에

허공이 걸리고

지상의 구멍으로부터 밀려온 어류의 가시가 꽃히고

공백이 더 많은 누군가의 이름이 널려있다

바닥을 긁으면 진흙의 꽁무니가 생기면서

또 다른 벽화가 그려지고,

또다시 쓸려오는 구정물에 찢어지기를 반복한다

물속 잔해를 헤집으면

읽히지 않던 이름이 툭 튀어나와 몸을 뒤척인다

그것은 온몸으로 구정물을 거슬러 오르려 한다

지하에 구불구불하게 몸을 숨긴 배수관을 기어오른다

어느새 구정물은 역류하고 지상의 공간에 얼굴을 내민다

그곳이 어느 가정의 정수기 안이거나 혹은 그 바깥의 곳일지

아무도 그 물의 도착지가 어느 곳인지 예측하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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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길섶.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만납니다. 이 시는 제목이 좋은데요, 조금 설명적이었습니다. 연산되는 가상의 공간을 묘사하기 힘들어서였을까요? 그곳, 그것, 또, 또다시, 어느, 어느 곳, 어느새 등의 단어가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단어들을 조금 줄이고 공간을 자연스럽게 전환해보시면 훨씬 나을 겁니다. 그럼 다시 만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