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구매 일지

열아홉 졸업 사진을 찍는 우리는 잔인해질 테야 부풀어 오르는 꿈은 바늘로 찔러야지 아이의 등을 밟고 날아오르는 팅커 벨은 명랑해 독 바른 사과를 기꺼이 베어 먹는 백설공주는 순진하지 야수의 장미를 꺾어버리는 벨은 아름다워 모든 동화는 잔혹동화 남의 얘기라고 누가 말하니

 

세계를 구하는 영웅

옥상에서 도시락 먹는 학생

어린 날에나 동경했던 이야기들은

마법사조차 이루어주지 못할 허무맹랑함

청춘에는 걸맞는 대가가 필요해

 

지금은 소득 없는 그대들을 위한 특별 행사 중

 

꾸준히 돌아오는 청춘 구매 시기 꿈이 뭐였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일시불로 긁기 네 수시 6장처럼 구체적으로 비싼 레스토랑 고급 외제차 다양한 명품 서울의 건물 한 채 같은 것들 너 웃긴 애구나 나도 알아 청춘은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봄 우리는 눈을 감고 할부를 선택했다 눈을 감고

 

주의사항 1 푸른 장미의 꽃말*은 푸른색의 의미로 확장될 수 없다 2 확장될 수 있다 3 5월이 지나면 장미는 진다

 

청춘의 특권을 손에 쥐었다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대학에 붙을 때까지만 미친 듯이 달려보자 (학비는 손 빌릴 곳이 없으니까 장학금을 타야지 스물셋 스물넷 전공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회사원 아직은 열아홉 눈을 돌릴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구급차는 부르지 말자

 

R=VD 서울대 21학번

노는 것을 미루면 노는 물이 바뀐다

행복은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주어진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열아홉 (스물 스물둘 스물셋)

일 년을 할부로 바친 후의 푸른 봄을 위하여

 

(다수가 비용을 지불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가고 청춘 종료 사실은 전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에어컨 예약 설정으로 남은 수면시간 알아보기 바람이 꺼지기도 전에 울리는 기숙사 기상곡 책상 위에서 아침을 맞는 나날들 우리 불쌍히 여겨 한약 구매하신 부모님 빠짐없이 비용으로 내고 왔어 푸른색의 대가로는 싼 값이니까 괜찮다고

 

어른들은 졸업사진을 뒤적이며 아프니까 청춘이다

거짓말 청춘이 우리를 아프게 한 것이 틀림없다

 

*파란 장미는 생산에 성공하며 꽃말이 기적으로 바뀌게 되었지만, 여전히 널리 알려진 꽃말은 불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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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율오님 다시 댓글을 답니다. 이 시는 점검해봐야 할 것들이 좀 많아요. 일단 첫 연의 동화 이미지가 시 전체로 따지자면 별 역할을 못 하는 것 같군요. 그다음, 시의 공간은 어디인가입니다. 만약 기숙사라면 처음부터 등장해야하고, 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 외엔 시에 묘사가 적고 진술이 많기 때문에 자칫 넋두리로 읽힐 수도 있어요. 아슬아슬한 지점이지요. 마지막으론, 율오님의 스트레스가 읽혀서 좀 걱정이 되네요. 시 쓰기가 기분을 환기시키는 활동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