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정규직을 꿈꾼다

원숭이가 쇠창살 안에 갇힌 날
현란한 혀 끝을 통해 정의된 그의 병명
가는 팔뚝에 심어진 칩은 생존의 나침반이 되지 못했고

바쁘게 움직이는 동물원의 도박사들
하지만 원숭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사자는 임팔라를 뜯어먹지 않아요
빨갛게 염색된 과일 박스와
안정제가 동봉된 오늘의 식사
계약서가 쥐어진 사육사들의 작은 손

수족관에 물을 채워넣으면서도 허전함을 느꼈다
펭귄도 물개도 없는 남극의 방
무언가를 옮길 땐 언제나
중요한 것을 잊어가면서 오는 거라고

손바닥 안에선 채 죽지 못한 미꾸라지가 꿈틀거렸다

우리는 당신이 지은 죄를 알고 있다
정신 없이 흔들리는 과일 바구니의 낮

경계를 통해 나눠진 사람과의 거리에서
가슴은 많아도 우리는 언제나 소수였다
내려 깔리는 그들의 시선까지 우리의 앞발은
닿지 않았다 코 끝까지 내려 쓴 안경엔
초점 없는 동공이 하나 둘 겹쳐져 갔다

빈칸엔 연락처를 기입하세요
모두의 번호엔 모르는 누군가의 눈과 코가 있고
따갑고 차가운 눈빛은 서늘한 여름을 만들지

사실 내게는 병이 있어
어쩌면 나쁜 손버릇일지도 몰라
아무도 해석하지 못하는 나의 병명

읽는 법을 까먹은 사람들은
눈 뜬채로 굳어 전시용 마스코트가 되었고
성사 직전의 계약서를 훔쳐 달아난 원숭이는
다음날부터 동물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우리는 당신이 지은 죄를 알고 있다
당신의 정신 없는 병명까지도

에어컨 가득한 수의사들의 낮
차가운 창살이 손 안에 가득 잡히는 유치장

나는 틈새 너머로 돌아갈 자리를 찾았고
눈 앞에 웃고있는 원숭이 한 마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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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송서난님 안녕하세요. 다시 만납니다. 이 시는 얼핏 하나의 중점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산만하고 이미지가 파편화되어 있어요. 이왕 첫 구절을 원숭이가 쇠창살에 갇힌 날로 시작하셨으니 그것에 집중해보시면 어떨까요? 원숭이의 이미지, 그리고 쇠창살 안의 풍경에 대해서요. 공간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독자들에게 혼란을 준답니다. 그럼 수정된 버전으로 만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