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의 변명

이제 더는 나무에 올라가지 않을 거야

우후죽순 떨어지는 원숭이라도 된 거니
바나나를 쫓는 건 그들만의 오랜 습성이야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니까
횟수로 치지 않아야 해
한 해가 지나면 결국 죽어버린다고

독수리를 응시하던 거위라도 된 거니
날아 가버리는 비겁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것 말이야

거위는 야생에 살지 않고 가축이니까
횟수로 치지 않아야 해
한 해가 지나면 결국 죽어버린다고

그렇게 말들 반복해봤자 나는
사람이니까 이해할 이들 없고

사람에게는 다가오는 성인의 시간
발목에는 썩지 못한 덩굴이 묶이고
손에는 매달릴 수밖에 없는 그 줄이 감기면

아아아!
이건 함성이었어

나를 공중으로 띄워줄 찰나의 시간
얼굴에 긁히는 나뭇가지들을 벗어나
누구보다 올라갈 수 있는 황홀한 순간을 위한

아아아!
이건 비명이었어

다시금 세상과 마주할 찰나의 시간
나를 반기며 비웃는 정글의 가운데로
땅으로 내던져져야만 하는 비참한 순간을 위한

울렁임에 지친 나는
허리를 굽히더라도 떨어진
열매를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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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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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이 시는 정글 속 타잔을 통해 경쟁적인 삶을 살아가는 한바지님 또래의 (더 나아가 보편적이기도 한) 사람들의 모습이 엿보여서 좋았어요. 그만큼 알레고리적이긴 한데 너무 산만하네요. 소재를 좀 제한해서 사용해 보면 좋겠어요. 나무에 올라가는, 덩굴에 휘감기는 타잔의모습과 그것의 위태로움을 형상화하는 정도로 조금 좁게 묘사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