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땅에서 살아갑니다

헐벗은 땅은 자신의 등바닥을 구부정히 내놓습니다.
서늘한 잿빛으로 얼어붙은 구름 아래에서
위에서 아래로 줄기 없이 피어난 흰 꽃송이를
묵묵히 맨몸으로 받아냅니다.

사람들은 어설프게 걸친 옷자락을 꽁꽁 싸맨 채
깔려죽은 새하얀 꽃잎을 다시 타박타박 눌러가며
따끔거리는 아픔과 간지러운 사랑을 외면하고
새까만 걸음을 찍어냅니다.

남겨진 발자국, 비록 못난 것과 잘난 것이 있어도
그것이 휘어진 바닥을 따라 똑같이 굽어진 줄 모르고
어찌 반듯한 인생을 안다고 소리치겠습니까?

쌓여있던 시간이 다시 녹아 흘러갈 때까지
땅에 쏟아지는 눈물이 스며들 때까지
사라진 발자국 위에 둥글게 피어날 분홍 꽃
이젠 배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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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사랑하마님. 시 잘 읽었어요. 땅은 등바닥을 내놓고 있는 건가요? 하필이면 왜 등 즉 뒷모습을 우리에게 내놓고 있을까요? 첫 행을 읽자 드는 의문이네요. 이는 다시 말해 우리의 토대가 되는 땅에 대한 사유가 좀 더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 듯해요. 사람들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주는(등으로?) 역할을 땅이 하고 있고 거기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생각은 땅에 대한 자동적인 생각 같아요. 사랑하마님에게 땅이 보여준 것이 그런 모습인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