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해가 강을 따라 다리 위를 넘어가며 빛을 쏘는 낮이었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걷는 나를 앞질러 도망갔다 곧 있으면 잠길 다리를 벗어났다

가끔 밑을 내려다보며 손을 뻗으면
두려움보다는 믿음이 온다

“다리 밑으로는 매일 괴물이 자라니까 몸을 던져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내가 말을 할 때면 빠르게 사람들은 자리를 떴다 생각에 잠긴 나를 뒤로 한 채

아주 오래 밑을 바라본다
휘몰아치는 강물 위에 올라오는 얼굴과
아무렇지 않게 얼굴을 흔드는 강

강 위로 사람들이 마주하기 꺼리는 괴물이 보였다

다리 위에서 죽어가는 괴물 말라가는 전신을 뒤로 한 괴물의 이름은 없다 괴물은 외로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삼켜갔다 흐르는 강물을 머금다가도 다리에 매달리면서

"괴물은 장대비가 오래도록 쏟아지던 날 태어났다 홍수와 해일 사이를 가로지르며 나타났다 모두가 괴로워하던 밤이었다"

물에 잠긴 기억 속을 꾸며보는 사람
사람은 오래된 다리 위에 놓였다
비록 강에 왔더래도 사람이었으니까
두 다리로 걸어왔으니까

햇빛이 강하게 내리쬘 때 문득 궁금해진다 마을 시장 가득 뒤집고 다니는 것은 왜 괴물이 아닐까

강 위로 던져진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뒤엉킨다

"괴물을 다리 위로 끌어올리던 날 괴물과 사람을 구분할 수 없을때까지 사람들은 같이 말렸다 휘말렸다"

어느 날 괴물은 건어물 시장에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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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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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한바지님. 시 잘 읽었어요. 공간을 설정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괴물과 사람들의 상황을 그려내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집중하는 공간이 다리인지 강인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두 개의 소재가 겹쳐서 쓰이니까 초점이 흐릿해지는 것 같거든요. 덧붙여 문장을 조금 다듬어야겠어요. 이를테면 사소하지만 “사람들은 차를 타고 걷는 나를”은 ‘걷는 나를 사람들은 차를 타고’로 “빠르게 사람들은”은 ‘사람들은 빠르게’로 수식관계를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좋겠죠. “말라가는 전신을 뒤로 한”, “물에 잠긴 기억 속을 꾸며보는” 이란 수식도 그렇고요. 문장을 비비 꼬는 듯한 느낌이 강해요. 좀 더 명확한 문장이 되면 시가 선명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