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

약을 탈 때가 왔어
물컵 한 잔을 준비해
봉투와 봉지를 뜯어

전부 털어넣었어
이젠 아무것도 없다
근데 뭐가 문제야

가라앉지 않아
자꾸만 떠오른다

기다리면 사라지겠지
남는 것은 생각뿐이야

병원에 가서 받을 때
‘취급에 주의하세요’
한마디 없던 모습

좀 기다렸더니
아등바등 돌아가며
서로를 밀어내는 모습

더 기다렸더니
조용해진 시체들에게
말도 건네지 않는 모습

또 기다렸을까
언젠가는 모두 녹아
손잡고 돌아다니는 모습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라앉지 않는 듯한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이야

‘법칙을 무시하고도 어떤 말이 될 수 있겠니'
나는 얇게 내뱉었어

때로 내 숨에 응답하는 몇은
내 머리 앞을 떠다니다가
귓가에 대고 속삭여

'모든 것은 아주 작은 가루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 나는 이제 미칠 기분이라서
언젠가 녹아버릴 가루를 뒤로 하고
병원에 더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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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한바지님 안녕하세요. 늘 반가워요. 시 잘 보았어요. 도입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감상적으로 변하네요. 약국은 어떤 모습이고 나는 그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왜? 마치 내가 가루가 된 것 같은 기분인지, 이런 것들이 드러나야 합니다. 공간이 등장했다면 공간에 대해 물고 늘어졌으면 좋겠습니다.“병원에 더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나쁘진 않지만 그게 마지막 구절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또 미칠 기분이란 단어는 감상적이니 빼시고요. 전 이 시가 마음에 듭니다. 조금 더 건조한 태도로 가루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가루와 어떻게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지 생각하면서 고쳐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