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동아줄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개학하고 처음 하는 토의토론 동아리였다. 평소라면 회장인 나와 부회장이 함께 의논하여 토론 주제를 정했을 텐데 이번에는 '자학'을 주제로 삼자고 먼저 제안했다. 동아리 단체 톡방에 공지를 올리고, 동아리 당일이 되었다. 사회 토의토론 동아리이지만 자학과 권리가 들어간 만큼 철학적인 느낌이 강했다. 권리가 없다 측의 내 의견을 시작으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반박도 하며 토론 모양새를 갖추었다.

사실 이번 주제는 내 이야기였다. 자살을 하려 했고, 모든 걸 놓아버리려 했을 때가 생각이 났었다. 그래서 이번 주제를 선정했다.

'부원들이 곁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자학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6명 중 2명은 막을 권리가 있다고 손 들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4명은 없다고 손 들었다. 토론이 치열하진 않았어도, 다들 자신의 입장을 뚜렷하게 표명하였다. 내 사연인 걸 감추고 부원들의 얘기를 들었을 때 그 당시의 내가 이 말들을 들었으면 참 위로가 되었을 텐데, 생각했다.

이 주제로 글을 쓰려고 마음먹고 침대에 누워 어떤 식으로 쓸지 구상할 때였다. 토론 주제를 살짝 바꾸어서 '내가 자살을 한다고 하면 막을 것인가'로 머릿속에서 모의 토론을 진행했다.

내가 자살을 한다고 하면 부원들은 다 막을 것이다. 상대방의 선택을 아무리 존중 한다한들 막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내게 지쳤는지를 떠나 막을 것이다.

주제 속의 누군가가 내 지인이 되는 순간, 내 앞사람이 되는 순간,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가 한 마음으로 막을 것이다. 자살 기도 한 나라도 상대의 의사는 존중하지 않고 뜯어말릴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왜, 왜.

곰곰이 생각한 결과 자살하려는 사람을 막겠다는 건 생각이 아니다. 단지 누구든 그런 상황에 처하면 막게 되는 것이었다. 본능이자 무의식이다.

바로 오늘만 해도 나는 죽고 싶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내 영역이 아닌 걸 알고 있다. 앞으로 나는 더 이상 자살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않다기보다 못한다가 더 적절하겠다.

그때는 자살이 유일한 선택지인 줄 알았다. 이제는 자살이 썩은 동아줄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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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야焯夜

자살…
유튜브의 어느 댓글에서 봤는데 자살은 타살이라고 하더라고요. 자살이란 것이 절대 가만히 있다가 "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니까요.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이 자살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으니까.
그래도 자살을 하게 된다면 이미 모든 게 끝난다는 걸 알아둬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썩은 동아줄이란 표현이 적합한 것 같아요.ㅎㅎ

문부일

李多迎 님 안녕하세요. 썩은 동아줄 잘 읽었습니다. 며칠전 신문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인 청소년 포함해서 심리상담을 많이 받는다고 하네요. 우울증을 비롯해 자살도 증가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삶의 거울인 글에도 당연히 그런 소재가 많이 나오겠죠. 그런 소재들을 글로 쓸 때, 특히 수필로 쓸 때는,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 글에서는 무책임하게 다루지 않고 그것의 문제를 지적해 독자들한테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솔직한 마음을 담아내 독자들한테도 한 번쯤 그 문제를 생각하도록 하네요. 감정 토로가 아니라, 그것을 주제로 토론하는 내용이라 신선합니다. 다만, 토론의 내용, 부원들이 어떻게 말하고, 반론하고 이런 과정이 나온다면 더 좋겠어요. 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겠죠? 지금은 작가의 생각만…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