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퇴고 2)

민수는 설암으로 죽었다
그가 피던 담배의 끝자락에선 햇볕이 달구어지는 소리가 났다
흼과 휨 사이를 비틀비틀 스쳐 승천하는 연기는 마치
해를 잡아먹는 전선줄 같았다

연서는 농인이었다
답답할 때는 별같은 머리를 도리도리하며
손으로 언어의 실을 연이어 지었다
그녀의 손동작은 미처 날아오르지 못한 선녀의
어렴풋한 식사 같았다
연서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꿈 속의 선녀는 귀가 없다 귀는 불공평이란 갈증에 의해 잘려 먹었다 민수가 줄곧 띄우곤 했던 잿빛 선녀의 투명한 날개옷 하늘은 열로 가득 찼기에 그의 담배연기는 끝내 아무것도 끌어오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쉬이 끌려갔다

그의 연기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아래
그만 좀 해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를 그만둔 건지도 모른다

민수는 연서를 바퀴로 죽였다 담배를 쑤시기 전에
아스팔트 위로 떨궈진, 마지막 피를 뜨던 선녀는
아주 붉고 건조한 목소리로

왜 이래야 하는 거냐고
외쳤던 것 같다

하늘천장에 큰 금이 가듯
나무햇살, 이중합주를 적시는
숲속딸기
재떨이울음을 지나
민수의 설하선은 연서의 물을 머금고
무른 날개를 덧대며 마른다

타인은 죽은 생명을 위해
풀리지 않는 무언의 실을
사진 위로 그들의 숨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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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두 번째 퇴고네요. 하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여전히 마지막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민수이 설하선은 연서의 물을 머금고” 이후의 추상어들을 전부 구체적인 이미지의 시어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시의 온도가 낮춰지질 않을 것 같거든요. “뜨거운 목소리” 대신 “건조한 목소리”라고 바꿔 쓰는 것이 아니라 그 건조함이 느껴지도록 건조한 시어를 선택해서 시의 온도를 내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