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티 파이튼의 성배

 영국. 코미디 그룹. 부조리 코미디. 이 세 단어가 대표하는 것이 무엇일까. 전설의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이다. 몬티 파이튼의 성배는 이들이 제작한 코미디 영화이다.

 

 영화는 아서 왕의 전설에 대한 중세 기사와 왕들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아서 왕이라는 작자가 말 없이 말을 타는 흉내를 내고, 시종은 코코넛 껍데기를 두드리며 말의 발굽 소리를 낸다. 이 황당하고 진지한 장면을 보며 이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 바로 부조리 코미디이다.

 부조리 코미디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건의 전개를 크게 벗어나서 황당함과 웃음을 주는 코미디의 일종이다. 부조리극과 그 모습이 닮아있지만, 모더니즘으로 분류되기보다는 대중성을 가진 하나의 장르로 분류된다.

 몬티 파이튼의 성배가 보여주는 서사는 어처구니가 없다. 아서 왕 일행이 구름에서 뜬금없이 나타난 하느님에게 성배를 찾으라는 계시를 받고 그것을 찾으러 가는 것이 큰 맥락에서는 전부이지만, 일련의 사건들에서 부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서 왕: 호수의 여신께서 직접 나 아서에게 엑스칼리버를 주셨다! 그것이 내가 너희들의 왕인 까닭이니라!

 

농노 데니스: 이봐, 이상한 여자가 연못에 누워 칼을 줬다 해서 권력체제가 성립되는 건 아냐. 국가 통수권은 노동 대중으로부터 위임받는 거지, 택도 아닌 호수의 의식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왕이 비이성적이고 종교적인 봉건적 구조의 상위 인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한낱 농노가 현대의 정치적 견해에 입각해 왕에게 일침을 놓는 장면은 폭소를 자아낸다.

 

 팔과 다리가 모두 잘려놓고도 살짝 긁혔다고 말하는 흑기사, 자신에게 조아리는 인간들이 지긋지긋하다며 찬송가를 욕하는 하느님, 귀엽게 생겨서는 사지를 뜯어먹는 토끼, 그런 토끼에게 던진 성스러운 수류탄. 이 모든 것들이 가지는 시니컬한 무의미함은 역설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않다. 그것은 또한 역설이기 때문이다.

 1975년에 개봉한 영화라고는 보기 힘든 코미디는 그 유머가 현재까지도 전달된다. 코미디 그룹이 인물이 부족해 다역할을 하는 모습은 소위 이 영화를 B급처럼 보이게한다. 하지만 확실한 하나는 이 영화는 무엇을 기대하던 그 이하의 수준과 그 이상의 재미를 줄 것이다.

 

 우리에게는 부조리가 넘쳐난다. 부조리 코미디로 우리는 부조리함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너무나 작아져버린 부조리 코미디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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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E님 안녕하세요!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가을볕이 좋은데 잘 지내고 계신가요? GLOBE님께서 묘사해주신 장면에 큭큭 웃었네요. 저도 이 영화를 고전 영화를 상영해주는 극장에서 오래 전에 봤던 기억이 있어요. 유명한 영화 감독이 추천한 고전이라 해서 기대하며 보러 갔었는데 너무 황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GLOBE님 표현대로 "무엇을 기대하던 그 이하의 수준과 그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던 영화인 것 같네요. 일반적으로 한 편의 이야기는 그 이야기 자체로 닫힌 세계를 구현하고 있어요. 가령 전통적인 중세극은 그 시대의 언어, 예법, 관습 등을 잘 고증하여 표현하고 있고, 표현하는 사람도 관객도 모두 이 허구적 약속을 믿으면서 작품을 향유하죠. 그러나 부조리극이 작동할 때는 이 약속이 깨져요. 가령 이 영화에서처럼, 분명…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