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온라인 글틴캠프, 〈글틴 릴레이소설〉 임현 작가의 첫 문단을 공개합니다!

임현 소설가의 첫 문단에 이어 글틴러들의 글이
아래의 날짜에 맞춰 공개됩니다!

총 11명의 글틴러 작가들이 쓰는 릴레이소설!
기대해주세요!

11월 5일 (목)
11월 7일 (토)
11월 9일 (월)
11월 11일 (수)
11월 13일 (금)
11월 15일 (일)
11월 17일 (화)
11월 19일 (목)
11월 21일 (토)
11월 2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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隱朤

이곳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애초에 내가 여기 속해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옷걸이에 끼워진 옷가지처럼 이곳에 매달려있다는 생각도 든다. 집에서 기숙사, 기숙사에서 자취방. 이사를 하여도 이곳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눈을 감고 눈을 뜨고, 잠에 들고 잠에서 깨고. 이곳은 그림자 같았다. 언젠가 숨이 막혀 가출을 할까 싶었지만 추위를 많이 탄다는 변명으로 두툼한 이불을 덮은 채 보일러를 틀고 자는 겁쟁이었던 내가 스무살이 되고 나서 희한한 취미가 생겼다. 스물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 번 돈으로 반년에 한번은 1박 2일로 여행을 떠났다. 세상의 위와 아래를 구분 지어주는 듯한 수평선이 보이던 호텔방을 좋아라했다. 자취방도 기숙사도 나 혼자 있을 수 있었지만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숙박은… 더보기 »

조진우

그렇게 파도에 심취해 한참을 바라보니 정말 오랜만에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끔찍한 이곳을 잠시나마 벗어났다는 희열감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이곳은 나를 괴롭혀 왔고, 그러자 온전히 현재로만 가득 찼던 이 숙소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그림자가 나를 순식간에 덮쳐온 것이다. 도착지는 늘 그렇듯 이곳이었다. 이곳의 기억. 내가 그날의 기억을 이곳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날의 그 악몽 같았던 시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서. 또다시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1년 하고도 6개월 전에 나는 혼자 집에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학교에 가야 하는 나를 남겨두고 멀리 사는 친척의 결혼식에 가셨고, 밖에서 하룻밤 자고 온다고 하셨다. 외동딸로… 더보기 »

기후

아릿한 피 맛이 감돌았다. 아마도 성대가 긁힐 만큼 괴성을 지른 탓이지 않을까. 아, 하고 붉은 탄식을 내뱉었다. 언제쯤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저 바다도 하늘도 나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멍들어 있었다.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심장이 아렸고 난 그런 나를 앓았다. 눈앞엔 날 닮은 바다가 일렁이고 있었다. 빛을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고, 잔잔히 요동치는 파도까지 내 마음과 그렇게 닮아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바다와 나를 투영하다 보니 퍽 우울했다. 그러다 나뭇가지로 모래 바닥에 온갖 것들을 그리고, 썼다. 내 명치쯤을 지끈거리게 한 한 마디, '언젠가나로살날이오겠지'. 무심코 쓴 문장이었다. 그렇다. 악몽을 꾼 그때부터 나로 산 날이 없었다. 악몽이… 더보기 »

수위티

상담 선생님은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지 말라고 충고했다. 한 곳을 너무 오래 보지 마세요. 같은 생각을 계속 하지도 마세요. 자주 뛰고 바쁘게 행동하세요. 우울이 다가올 틈을 보여주지 마세요. 치밀하게 활발 하셔야 돼요. 선생이 그런 말을 할 때 나는 그냥 흰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벽을 바라보며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되새기고 또 되새기다보면 한 시간이 끝나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하루 빨리 이 모든 인생이 끝나기만을 바랬다. 쉽지는 않았다. 1년을 꼬박 함께한 안의건은 내게 돼지갈비를 덜어주며 제발 죽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언젠가 술을 먹고 자취방에 찾아와 같이 죽자고 울었다.… 더보기 »

평범한 생명체

안의건이었다. '아.. 얘는 왜 이 타이밍에 온 거야?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신기했다. 그 얘는 내가 우울해서 죽고 싶고,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를 어둠의 '이곳'으로 빠뜨리려고 할 때마다 나를 찾아온다.   "너.. 또 죽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여긴 어떻게 왔어?"   "빨리 말해. 죽으려고 하는 거냐고?"   "아.. 몰라"   "…" 그 아이가 내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1초가 지나고, 2초가 지나고, 그렇게 조용한 침묵 가운데 1분이 지났다. 문을 열어 잡고 있는 그 상태로. 계속 그러고 있으니 이상하고 어색해서 내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건 말건 니가 뭔 상관인데?"   "…"   "그리고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데?"   "..너네 어머니께 들었어."  … 더보기 »

감희

의건은 현을 일 년 반 전 상담센터에서 처음 보았다. 공황장애 치료 중이던 그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 자리에 표정 없는 한 소녀가 중년 여자와 남자 사이에 앉아있었다. 눈물이 그렁한 여성은 소녀의 엄마 같았다. 남성은 그녀들과 이야기 중이었는데, 담담한 표정이 여인들과 대조적이라 호기심이 생겨, 귀를 기울였다. “따님에게 치료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해자는 적절한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소녀의 엄마는 소녀의 손을 쥐며 눈물을 흘렸지만, 정작 소녀는 혼자만의 방에 갇혀있는 듯 무심했다. 그들의 대화에서 의건은 소녀가 성폭행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황장애로 힘든 시간을 견딘 그는 무심한 소녀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치료가 후에도 상담센터를 찾으며 그녀를 지켜보았다. “이 현님” 사람들과… 더보기 »

나윤

숙취에 못 이겨 눈을 떴다. 이내 목을 비집고 올라오는 불쾌감을 비우러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렇게 첫 술의 기억을 한참 게워내고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주저앉았다. 몇 분 정도 가만히 앉아 있으니 조금씩 진정이 되는 듯 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대로 비틀비틀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를 열어젖혔다. 가장 먼저 숙취 해소제가 눈에 들어왔다. 보나마나 안의건이 사 온 것이겠지. 그놈의 안의건, 거칠게 낚아채 단숨에 들이켰다. 술 때문인지 좋지 않은 꿈을 꿨다. 오래전 나와 그가 만났던 순간, 끔찍한 기억, 여행의 흔적이 한데 뒤섞여 잊히지 않고 맴돈다. 이 어지러움은 분명히 술이 아니라 악몽 때문이리라. 나는 습관처럼 빈 벽을 응시했다. 얼룩이 조금 진 흰… 더보기 »

김해일

안의건의 집으로 가려면 계단을 쉰 세개 올라야 했다. 쉰 세개를 다 오르면 머리카락 끝에서 땀방울이 떨어진다. 그럼 안의건이 뻑뻑한 문을 열고 나온다. 왔어? 한다. 나는 그게 그렇게 좋았다. 나조차도 결국엔 있을 곳 있다는 말 같아서. 의건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대신 이사 좀 가라고 늘 그렇듯 푸념했다. 우리 이름에는 옅은 운율이 있어서 묶어부르기 좋았다. 의건. 이 현. 마지막에 강세가 있잖아. 우리도 마지막에는 승리한다는, 뭐 그런 깊은 뜻 아니겠어. 그 해 봄 의건이 한 말을 나는 웃어넘겼지만 동시에 겨울까지도 생각했다. 잔상을 남기는 사람이었으니까. 죽지 말자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우리. 짝 안맞는 젓가락으로 갈비를 얹어주면서, 그렇게 밑반찬처럼 싱겁게 죽지 말자고 다짐하는 우리. 그…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