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겐 아가미가 없었다(퇴고)

동쪽의 어느 바다에선

물고기들과 함께 사람 하나가 살았다

그는 자신이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아주 일찌감치 깨달았다

주위의 다른 모든 것들과 달리 그는 사람이었다

아주 기뻤다

 

1.

나는 물고기가 아니었기에 바닷물에선 숨을 쉴 수 없었어

아가미가 없는데 어떻게 숨을 쉴 수 있겠어

내가 수면 위로 올라와 숨쉴 때마다 입에선 물줄기가 솟았지

물고기들은 그런 날 보고 고래를 애써 따라한다며 비웃었지만

난 대꾸하지 않았어

바다 속을 떠날 용기도 저 밑으로 내려앉을 용기도 없었거든

그저 잠시 머리를 내밀 뿐

 

2.

사람에게는 아가미가 없지 내게는 아가미가 없었어

물고기들은 나의 흉터를 아가미라 불렀어

소년시절 바다 위로 올라서서 태양을 마주하려 했다가

낚싯바늘에 거칠게 찢겨진 자국

그 뒤로는 절대로 태양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고 그건 굴복에 관한 상처였는데

어느새 아가미가 되었고

 

3. 혹은 0.

영원한 멈춤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바다의 모두는 결국 그물에 끌려 배 위로 던져졌지만 그는 이것을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기회라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의 선원들에게 말을 걸려 입을 벌리던 바로 그 순간에 보인 것은 그물을 지고 생선 몇십 마리를 한번에 떨어뜨리는 수염난 선원의 얼굴이었고 바로 그 순간의 순간 만에 그는 자신은 무엇이고 눈앞의 얼굴의 주인과는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 알아차렸던 것이다 눈앞에 펄떡거리다 결국은 숨이 멎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처음부터 그와 그들은 같은 존재였다고 펄떡이며 시야를 가리는 스스로의 꼬리지느러미가 무자비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눈앞의 모든 풍경은 거울이었다

 

선원은 배에서 뛰어내려 바다에 빠진 물고기 한 마리의 모습을 분명히 보지 못했을 것이다

 

-1.

그는 게속해서 밑으로 가라앉았다 구태여 숨을 쉬진 않았다

제 아가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방울을 바라보는 것보다야 나을 듯 싶었다

kakao
....

1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1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1 Comment authors
권민경 Recent comment authors
권민경
Member
권민경

갖바치님. 안녕하세요. 늘 반갑습니다. 시 잘 보았어요. 다만 1, 2는 시적인데 나머지는 산문 같네요. 이미지와 서사의 차이에 대해서 꼭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시와 산문의 문장들에 대해서도요. 다른 부분들도 1, 2의 어투로 고쳐보거나 너무 설명적이니 빼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선택해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