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병동은 날씨 맑음

무지개가 떴다

아주 맑은 날이었다

병원에서는 비가 뚝뚝 떨어졌지만 아주 맑은 날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몇 번의 걸음 끝에 멈춰선 사람의 얼굴만이 뚝뚝 젖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보도 베개도 텅텅 비었지만 천장에는 구름도 없었지만 온통 축축했다 빈 자리를 대신하듯 무지개는 화창하게 떴다 떠나간 사람의 다리가 되어 주려고

 

그날은 여름이었기 때문에 모두 침묵했다

맑은 하늘 물을 뿌리지 않아도 떠오른 무지개 금방 내리던 비도 바싹 마르는 햇볕 나무에 매달린 매미들, 시끄럽게 구애를 뿌리는 매미들

그 모든 소리를 귀에 담기 위해서이다

어쩌면 입으로 편지 한 편을 써내려 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떠나간 이에게는 여름 가득한 다리를 선물해 주려고

외로움은 평생 선물하지 않으려고 기꺼이 침묵했다

비는 쿰쿰한 중환자실 커튼 속에서만 내렸다

 

죽고 나면 각자 새로운 행성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던데

화창한 날 못다 산 그 여름,

남은 여름이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는

당신에게 무지개와 여름 행성을 선물한 거다

홀로 된 행성의 외로움은 이부자리에 개어 둔 채로

kakao
....

1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1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1 Comment authors
권민경 Recent comment authors
권민경
Member
권민경

Piaf님 안녕하세요. 다시 만납니다. 시 잘 보았어요. 재미있네요. 다만 마지막 부분의 ‘우리’ ‘당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표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