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 방법

자신이 태어나기 전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유연은 광고에서 봤던 문구를 중얼거렸다. 센터 전광판에는 아직도 자기 이름 앞에 두 사람이나 남아 있었다. 자신이 없는 과거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참 많다 싶었다. 유연 역시 그 사람들과 비슷한 목적으로 왔기에 그런 생각을 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자신과 똑같은 목적을 가진 이는 없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듯 과거를 쫓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갔다. 경험해보지 못한 감성을 동경하는 사람. 나라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던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어 하는 사람. 혹은 부모님의 연애 시절, 어린 시절을 궁금해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과거를 꿈꾸었고, 그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과거를 체험할 수 있게 해 주는 기계. 시작부터 여러 방송국에 광고를 들이밀던 센터는 곧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번 주목받은 센터가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된 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딩동. 알림음에 유연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전광판에서 반짝이는 자신의 이름이 보였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직원이 4번 방으로 가라며 말을 건넸다. 유연은 끄덕임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방안은 놓여 있는 기계만 빼면 그다지 특이한 점이 없었다. 평범한 병원 진료실처럼 작았고, 컴퓨터가 놓인 책상 뒤에는 흰 가운을 입은 남성이 앉아 있었으며, 그는 차트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곧 그는 유연이 들어온 것을 알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이유연 고객님 맞으시죠?’ 유연은 이번에도 말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저희 기계에 대해 따로 설명해 드리자면…… 지금은 뚜껑이 닫혀 있어 캡슐 모양처럼 보이지만, 열리면 누울 수 있는 푹신한 의자가 있습니다. 저희가 뚜껑을 닫으면 5분 내로 잠이 들고 과거를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5분 내로 잠이 들지 않으면 소리를 내주세요.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입니다.”

유연은 남성의 설명을 들으며 그가 내민 차트를 살펴보았다. 가고 싶은 과거, 25년 전 가을. 보고 싶은 장면 및 사람, 결혼하기 전의 엄마. 그 밑으로는 엄마의 특징이나 외모, 사진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자신이 제출한 내용과 별 다른 차이점은 없었다. 테스트 장면 사진들을 보아도 제대로 구현된듯 했다. 유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계에 다가갔다. 그리고 능숙한 솜씨로 기계 뚜껑을 열었다. 그 모습이 입을 벌린 것 같다고 생각하며 유연은 기계 안 의자에 조심스레 누웠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 것은 아닌지, 금방이라도 잠들 수 있을 것처럼 푹신했다.

“자, 편안하게 주무세요. 이제 과거로 들어갑니다.”

뚜껑이 닫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유연의 시야를 잠식했다. 기계가 작동되는 듯 욍욍대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유연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25년 전 엄마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태어난 이후 가장 먼저 존재하는 기억부터 독립한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왔다. 가끔 그 이야기를 꺼내면 지금 당장 엄마에게 전화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의 엄마에게는 절대 꺼낼 수 없는 말들이었다. 유연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어디선가 진한 가을 향이 풍겨왔다.

스산한 바람 소리에 유연은 슬쩍 눈을 떴다. 낙엽이 가득 쌓인 거리, 그 사이로 엿보이는 은행, 바삐 오가는 사람들. 슬쩍 볼을 꼬집어보자 아무 감각도 없었다. 그제야 이곳이 꿈이고, 동시에 과거라는 것이 실감 났다. 황급히 유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멀리,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지금의 엄마보다 더 젊어 보였고 더 밝아 보였다. 자신의 기억 속 엄마와는 꽤 다른 모습이었다. 유연은 조심스레 엄마에게 발을 옮겼다.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발에 밟힌 은행이 터져 뭉개졌다. 고약한 냄새가 올라왔지만 그런 걸 신경 쓰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그 1시간은 그동안 쌓아왔던 말만 쏟아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저기…….”

유연은 조심스레 엄마의 팔을 건드렸다. 낯선 향수 향기가 훅 풍겨왔다. 잠시 유연은 그 향을 맡은 적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초등학교 시절 학부모 참관 수업이 열리면, 주변 친구들이 붙잡고 있던 친구들의 엄마에게서 나던 향. 어쩌면 그보다도 조금 더 낡은 향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유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말하려는 기색은 아니었다. 유연은 자신이 적어 내렸던 차트의 내용을 떠올렸다. 엄마가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야기하는 건 저로 충분해요. 유연은 엄마의 말을 듣는 게 무서웠다. 다정한 말도, 위협적인 말도. 한번 쯤은 엄마의 말 없이 자기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설령 꿈일지라도 그랬다.

“……엄마.”

25년 전 가을. 엄마는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있었고, 그때 쯤 뱃속에는 유연이 있었다. 뱃속의 아이가 남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양가는 부랴부랴 결혼식을 진행했다고. 결혼 얘기를 물어볼 때면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유연은 가끔 자신이 생겨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 수많은 생명들 중 어째서 자신이 선택받았는지 궁금했다. 그런 말을 주변에게 할 때면 돌아오는 말은 ‘넌 운이 좋았다’였다. 굳이 부정하지는 않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스러진 또래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어쩌면 유연 역시 그러한 이들 중 한 명으로 사라졌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성별을 물어봤던 날, 의사가 남자라고 착각하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유연은 원래부터 태어날 수 없었던 존재였다. 착각으로 태어난 아이가 환영받을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했다. 유연은 굳이 의사가 착각하지 않았던 과거를 상상하지 않았다. 만약 뱃속의 자신이 여자라는 걸 알았다면 지웠을 거냐고 엄마에게 물어보지 못했기에. 어쩌면 대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몰랐던 탓에, 유연은 구태여 그런 가정을 하려 들지 않았다.

유연은 어렸을 적, 어느 아이가 태어나자 주변의 모든 동물들이 춤을 췄다는 동화를 읽은 적이 있었다. 유연은 동화를 읽으며 무의식적으로 그 아이를 부러워했다. 동물에게도 축하받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부모에게조차 축복받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다. 유연에게 동화 속 이야기는 정말 동화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5살이 되던 해. 유연은 한 달 간 친가에 맡겨졌다. 이유를 물어봐도 비밀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 유연은 자그마한 아기를 마주했다. 유연은 본능적으로 그 아기가 동생이라는 걸 알았다. 유난히 부르던 엄마의 배. 언젠가부터 쌓여 있던 파란색의 아기 물품. 병원에 다녀온다더니 하루종일 웃음이 떠나지 않던 엄마의 얼굴. 자신처럼 착각으로 태어나지 않은 남동생이었다.

유연은 아기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마냥 해맑은 아기의 모습이 이상하게 미웠다. 유연은 그것이 질투라고 생각했고, 구태여 티내지 않은 채 동생을 사랑하는 척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주변 시선이 동생에게 옮겨갔다는 사실은 몰랐다. 자신이 받는 사랑이 줄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 했다. 애초에 그 사랑은 처음부터 남동생의 것이었을지도 몰랐다.

유연은 그렇게 덜 사랑 받고 덜 시선을 받은 채 자라났다. 고기 반찬이 동생의 밥그릇 위에 올라가도, 동생만 좋아하는 포도 주스가 냉장고에 가득 들어차도. 유연은 그냥 동생이니까, 하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참았다. 유연이 포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잊었으리라 생각했다. 한번은 자신이 마시지 못 하는 포도 주스가 아니라 다른 주스를 부탁한 적도 있었다. 그때의 엄마는 터무니 없는 말을 들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넌 손이 없니, 발이 없니?

유연은 그 후 주스를 사다달란 부탁을 하지 않았다. 포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잊었냐는 말도 굳이 꺼내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중학생이 된 유연은 교복을 입었고, 동생은 또래들과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남자아이로 자랐다. 유연과 동생은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데면데면한 관계로 지냈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남매의 관계였다. 유연은 동생의 밥을 차려줄 때야 겨우 얼굴을 마주할 뿐이었다.

둘만 있는 저녁이 되면 동생은 묵묵히 의자에 앉아 밥을 먹었다. 유연은 동생과 자신 말고 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소세지를 집었다.

잘 먹었습니다.

동생은 짧게 읊조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종종 뛰어갔다. 유연은 그릇들을 싱크대에 쏟아넣고, 세제를 수세미에 짠 다음, 수도꼭지를 돌려 설거지를 시작했다. 수학 숙제를 시작한 건 설거지가 끝나고도 청소기를 돌린 후였다.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가을.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유연은 추석에 친가로 내려갔다. 유독 사람들이 많은 친가는 말소리로 북적였다. 유연은 평소처럼 행동했다. 남자 친척들이 TV를 볼 때 전을 구웠고. 남자 사촌들의 앞에 놓인 접시를 건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며. 제사를 지낼 때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딱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추석이었다.

“저도 같이 절할래요.”

처음으로 유연이 절을 하겠다 나선 것만 빼면.

유연은 궁금했다. 친가의 성을 물려받은 자신이 친가에서 제사를 지낼 수 없는지. 그리고 그것을 왜 친척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지. 유연은 자신이 한 음식들이 가득 올라간 차례상을 바라보았다. 똑같은 피가 흐르는, 성별이 다른 사촌들과 동생도 바라보았다. 다른 어른들의 호통에도 끝까지 절을 하겠다며 유연은 남아 있었고. 그날, 제사가 끝나기 무섭게 유연의 가족은 서울로 올라갔다.

유연은 차를 타고 있는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디서 어른들에게 대드냐며 혼내는 친척들보다, 사촌들과 놀지 못 했다며 짜증내는 동생보다도, 왜 나서서 엄마 창피하게 만드냐는 말이 더 서운했다. 엄마라면 자기편을 들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피를 물려받은 딸이 절을 하겠다는데 그걸 막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었다. 집에 도착해 방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유연은 자신이 동생처럼 아들이었기를 바랐고, 조금 지나서는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랐다. 이상하게 뺨이 따가웠다.

 

학기의 끝자락.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던 유연에게 친구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너는 과거의 엄마를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할 거야?’ 얼마나 먼 과거냐고 물어보자, 그 애는 결혼하기 전이라고 답했다. 유연은 잠시 결혼하기 전 엄마에 대해 생각했다. 엄마는 언니와 남동생이 있었다. 엄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싫어했다. 명절이나 제사 때 빼고 연락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모와 삼촌도 마찬가지였다. 유연은 이모가 가족과 의절했고 삼촌은 변변찮은 직업 없이 여기저기 전전하며 살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가끔 엄마에게 외가에 대해 물어볼 때면.

“너희 할머니가 딸이라고 나랑 이모를 엄청 차별했거든.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사는 거야. 삼촌 뒷바라지 하느라 대학도 못 가고 바로 공장에 취업하는 바람에…….”

유연은 그 말을 들으며 조용히 동생이 먹다 남긴 치킨을 집어들었다. 다 식은 퍽퍽한 살이 어금니 사이에서 잘게 찢겼다.

유연에게 질문을 던진 아이는 자기를 낳지 말아달란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결혼 전에는 멋졌던 엄마의 인생을 되찾아주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옆에 있던 다른 애는 그래도 자긴 태어나고 싶다며 깔깔 웃었고. 뒤에 있던 애는 자기가 있어도 아빠와 결혼을 하지 말아달라 할 것이라며 말했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에, 문득 한 아이가 유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유연이 너는 뭐라고 할 거야?”

유연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결혼하기 전 엄마. 자기를 임신하기도 전의 엄마. 지금의 엄마에게도 하지 못한 말이 산더미인데 과거로 돌아간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유연은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키울 거면 나 지워달라고 할래.”

그날. 유연은 처음으로 엄마를 사랑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유연은 똑바로 과거의 엄마를 바라보았다. 돌이켜보면 유연은 엄마를 사랑했다. 엄마를 사랑하지 않기로 결심한 결심한 이후에도. 아무리 미워하려해도 피로 이어져 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닌 듯. 유연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엄마의 시선이 동생에게만 고정되어 있다는 걸 안 후에도. 소풍날 동생의 도시락이 자신의 것보다 훨씬 좋다는 걸 안 후에도. 자신은 운 좋게, 어쩌면 운 나쁘게 태어난 존재란 걸 알았을 때도. 유연은 언젠가 엄마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으리라 믿었고. 마음 한 구석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리라 생각했다. 엄마가 늘 하는 말 중 하나는, 자기는 둘을 공평하게 사랑한다는 말이었으므로.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었다. 다만 덜 아프게 깨무는 손가락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었다.

“……엄마는 내가 떠났을 때, 왜 붙잡았어?”

유연은 기억했다. 자신이 가족과 의절을 선언하고 떠났던 날. 아직 바꾸지 못 한 전화번호로 잘못했다는 엄마의 문자가 수십 개나 온 것을. 유연은 그때 엄마에게 보냈었다. 나도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었다고. 동생이 받은 사랑 중 자신의 것이 조금이라도 있기를 바랐다고. 구태여 쌓여 왔던 말을 모두 풀진 않았다. 엄마는 기억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태반이었다. 엄마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았을까. 왜 내가 의절을 선언했는지 알았을까. 유연은 집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 고민했고, 끝내 그 답을 찾았다.

엄마는 할머니와 같은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것.

할머니는 엄마와 이모를 삼촌과 차별했다. 그런 할머니에게서 자라난 엄마는 유연과 동생을 차별했다. 다만 엄마는 몰랐을 것이었다. 자신이 그 차별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도, 자신이 유연의 할머니와 비슷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유연이 의절을 선언한 후에야, 엄마는 그토록 미워하던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을지도 몰랐다.

“그냥 나 낳지 마. 한 번 더 검사해서 딸인 거 밝혀내고 지워줘.”

유연은 씁쓸하게 웃었다. 꿈속 엄마에게야 진심을 토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동생만 있었다면 엄마는 할머니와 같은 인간이 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까 엄마. 행복은 바라지도 않으니 우리 둘 다 덜 불행하면 안 될까. 나는 태어나지 않는 게 덜 불행하고 엄마는 할머니와 같은 인간이 되지 않는 게 덜 불행할 테니까.”

자신이 태어난 이상 행복하게 사는 법은 없을 것 같았다. 동생이 태어나지 않았다고 한들. 원하지 않던 아이인 자신은 마음껏 사랑받고 자랄 수 있었을까.

애초에 처음부터 잘못된 이야기를 바꿀 수 있는 법은, 이야기를 시작도 하지 못 하게 만드는 것 빼곤 떠오르지 않았다.

시야가 조금씩 밝아졌다. 기계음이 유연의 귓가를 맴돌다가 사라졌다. 유연은 힘겹게 눈을 두어 번 감았다가 떴다. 어느새 엄마는, 가을의 풍경은 사라져 있었고. 반쯤 열린 뚜껑 사이로 센터의 천장이 들어왔다.

비로소 유연은 더 이상 자신이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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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항상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어떤 때는 자식이 부모를 더 사랑하기도 하는데, 부모가 자식을 덜 사랑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는 이야기였죠. 사랑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제목에 따르면 결국 사랑이 선행되고 사랑하지 않는 법은 학습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차별에 대한 에피소드에서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만연한 이야기인 것을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어요. '할머니를 닮지 않기 위해 나를 붙잡는다는 엄마'의 설정이 글을 풍성하게 만든 것 같아서 더 발전시켜 보면 어떨까 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