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처벅

※주의 : 다소 불쾌하고 민감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다들 자극적인걸 원하더라고요. 누가 누구를 뒷담화해서 이러쿵 저러쿵 싸우고 이런거요. 아니 제가 느끼기엔 다 병신같아요. 그냥 기분나쁘니까 욕하고, 우리 쪽 사람아니니까 욕하고. 여러분들 현실을 한 번 보세요. 여러분들 배부르고 등따시잖아요. 그러니깐 그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서 싸우고 계신거고요. 물론 이렇게 시간내서 제 코미디쇼에 와주시기도 하겠지만요. 아무쪼록 이건 감사드립니다."
사람들이 작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누군 휘파람을 불었다.
"여러분들 저는 어떠한 책임감이 있어요. 돈을 받았으니 최고의 쇼를 보여줘야겠다는. 여기 다들 자극적인거 좋아하니까 자극의 극단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 한 번 해봅시다. 가장 자극적인게 뭐에요?"
사람들이 우물쭈물 거렸다.
"아유 솔직히 한 번 얘기해봐요. 다들 그거 생각하잖아요. 네 그거!"

앞 자리의 아줌마를 중심으로 응큼한 웃음들이 흘렀다.
"맞아요 맞아. 여러분들 생각하는 그게 자극적이지. 각자 다른 취향이 있으시겠지만, 결론적으로는 그거잖아요. 그런데 여러분 잘 생각해봐요. 그게 나빠요?"
"아니지!" 뒷자리의 30대 남자가 외쳤다.
"그래요! 그게 나쁜것도 아닌데 뭘들 그렇게 숨겨. 오히려 막 숭고한거죠. 뭘했더니 애가 나와. 애가 커서 또 뭘 해. 굉장히 윤회적인 자연의 시스템이에요. 음 어이구 저 분은 시스템을 더 이상 운영 못 하시겠네. 상처받지 마요. 농담이에요. 요즘은 워낙 실없는 농담도 상대방 기분 상할까봐 못하는 시대에요. 입은 시발 달렸는데 말을 못하게 해. 참 요즘 답답해요."
마이크를 잠깐 내려놓고 생수를 마셨다.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와서, 섹스가 나쁜 것도 아닌데 우리는 자극적이다라고 생각하죠? 하면 기분이 막 좋으니까. 그게 다 잖아요. 막 흥분되고. 우리 뇌가 신나서 지랄발광하면 그게 좋은거니까. 여러분들 오늘 제가 잊지못할 기억을 선물해 드릴게요. 에이 그렇다고 우리끼리 난교 이런건 아니고. 저기 남성분 좋았다가 말았죠? 괜히 멋쩍어서 웃는거봐. 괜찮아요. 더 좋고 흥분되는 거니까."
검정 가죽 가방을 가져와 열었다.
"이 안에 뭐있는지 알아요? 관계 개선을 위한 핑크빛 도구들? 땡이고요. 아주 검고 검은 물건이 있어요. 한 번 맞춰 보실래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고 머리만 굴렸다.
"아무도 없어요? 그냥 정답 공개 할게요. 권총이에요."
쥐죽은 듯 고요해진 무대는 곧 미친듯이 웅성거렸다.
"아 여러분들 제발 진정하시고 제가 하는 말 잘 들어보세요. 이제부터 입 열거나 움직이거나 소리내는 사람은 머리 구멍 뚫립니다."
침묵의 침묵의 침묵
"좋아요. 다시 시작할게요. 여러분들 혹시 버드 드와이어라고 아세요? 대답이 없는걸 보니 모르시나보네요. 설명해드릴게요. 미국 정치인이였는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유죄를 받았나봐요. 판결 확정 전 날 기자회견을 열고선 권총으로 자살을 했어요. 정확히 이 총으로. 오늘도 누군가는 죽겠죠?"
우측 코너의 여자가 울음을 뱉었다.
"무대 위로 올라와주시겠어요? 어차피 이제 돌아가실텐데. 빨리 올라오시죠?"
여자는 공포에 몸서리치며 무대 위로 힘겹게 올라왔다.
"자 억울하시죠? 코미디 보러왔는데 총 맞게 생겼네? 그렇죠? 자 이렇게 권총을 쥐시고, 그렇죠. 총구를 입에 무세요."
여자는 온몸을 떨어대며 입을 다물었다.
"에이 이러면 쇼가 딜레이 되잖아요. 빨리요.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아 그렇죠. 그렇게요. 자자 드와이어처럼 하나 둘 셋!"

여자의 영혼없는 몸둥아리가 풀썩 떨어졌다.
정확히 세 명의 여자와 아이들이 기겁해 소리질렀다.
탕 탕 탕
"시간이 없어서 이번에는 제가 직접 보내드렸어요. 괜찮죠? 네 여러분들 지금 엄청 흥분되어 보이세요. 다음은 나 아닐까 흥분되서 미치겠죠? 뭐 기분좋으시면 저도 좋아요.
저는 언제나 무대 위에서 자살을 해보고 싶었어요. 웅장하게 총을 쥐고 허무하게 픽. 삶이 이렇게 부질없는데 자극적인거 조금 찾는다고 달라지는게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렇게 총을 머리에 가져다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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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실화를 가지고 올 때는 실화보다 글이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는 것 같아요. 특히 자극적인 이야기일 수록 그렇죠. 크리스틴 처벅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영화에서는 그녀의 내면과 환경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캐릭터의 갈등을 목격하며 그 캐릭터의 죽음으로 함께 끌려가게 되지요. 이번 글은 캐릭터의 죽음까지 함께 가기에는 분량도 호흡도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주변의 이야기에 열려있고 항상 그 장면을 그려내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GLOBE님의 글은 기대하며 읽게 됩니다. 응원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