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사내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한 사람은 세계적인 부자였고, 한 사람은 검은 가방을 든 사내였다.

이윽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사내는 가방에서 자그마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부자는 그 쪽을 돌아보진 않았지만 그가 꺼내든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자신을 협박할 수단이라 짐작했다. 역시 사내는 그를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부자가 본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은 흉악한 살인범이 아니었다. 그저 돈이 급한 애처로운 사내일 뿐이었다.

“자네, 만약 지금 날 살려준다면 자네는 평생 얻지 못한 두 가지를 분명히 얻을 수 있을걸세. 그러니 그 총을 잠시 내려 두고 내 이야기를 들어 보겠는가?”

부자가 사내에게 물었다. 사내는 뜻밖의 물음에 당황하였지만 이윽고 부자의 말을 들어 보기로 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 자네의 마음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엘리베이터와 같다네.”

사내는 부자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제 마음이 끝없이 추락하는 엘리베이터라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부자는 사내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들어보게. 끝없이 추락한다는 것은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거네.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죽은 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야. 끝이 없는 두려움과 불안함, 그리고 그것들을 품게 하는 행동들이 가장 무서운 법일세. 자네가 방금 하려고 한 행동이 바로 자네를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원인이 될 뻔한 셈이지.”

부자의 말을 끝까지 들은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것이 내가 자네에게 주려던 두 가지 중 첫 번째일세. 두 번째는 자네도 잘 알다시피 이 일을 끝내고 나면 자네는 절대로 이 거울 속의 자신을 뚜렷하게 볼 수 없을 걸세. 이제 이 거울 속에서는 자네의 뚜렷한 모습과 그런 자네의 모습을 더럽히는 다른 것들도 함께 묻어 나올 테니 말일세.”

그는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을 짚으며 말했다.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부자가 사는 고층에 다다랐다.

“내가 자네에게 준 것은 수천장의 수표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네. 자네는 선한 사람이야. 부디 이 말을 가슴에 새긴다면 자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땐 홀가분할 걸세. 앞으로도 그럴 거고.”

이윽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사내는 자신이 평생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훗날 그가 죽을 때 편안한 버팀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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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사내는 권총으로 부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얻으려고 한 것인지 짐작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부자는 어째서 권총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내에게 조언을 해 준 것일까요. 그리고 거울과 엘리베이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작가에게 묻고 싶었으나, 작가는 언제나 글로 대답하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인물들의 서사가 잘 드러나도록 퇴고를 해보면 어떨까 제안드려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