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야, 여섯째가 신음하며 제 동생의 이름을 부른다. 막내는 들은 척 만척 선반 위의 약통을 열어, 손바닥에 몇 알을 꺼낸 뒤에 저를 부른 제 형- 여섯째의 입 속에 들이밀었다. 여섯째는 켁켁 대며 혓바닥을 꿈틀꿈틀, 거부하지만 결국 동생 아귀 힘에 굴복하고 만다. 여섯째는 온 신경이 마비되는 질환을 앓고 있다. 병세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니기에, 어서 죽어 이 고통을 끝내고 싶다. 하지만 막내는 어디에선가 싸구려 약을 구해 그의 명을 억지로 연장 시킨다. 약을 먹으면 고통은 배가 되고, 시뻘건 두드러기가 올라와 긁지도 못하는 온 몸을 가렵게 만든다.

이는 그들 형제를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때문이다. 평생을 마땅한 보호자 없이 자라온 칠형제는 어린 시절부터 벌이가 변변찮은 일들만을 해 오며 겨우 삶을 꾸렸으며 그중 몇몇은 질 나쁜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었는데, 첫째는 달랐다. 강도살인을 몇차례나 저질렀 고, 3년 전 연행되는 당시 “나 먹구 살구, 동생들 먹구 살려면 어쩔 수 없잖우. 내가 문제요? 이 나라가 문제지”, 천연덕스럽게 주장해 많은 국민들의 속을 끓였다. 그 중 제일은 아들과 한 눈을 잃은 피해자였는데, 커다란 복수심에 나이 많은 순서대로 한 명씩 그들 형제를 죽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만만찮은 싸이코패스다, 아니다, 정의구현이다 말이 많았다. 그러나 막내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여섯째가 외출을 일체 하지 못하기에 1년째 살인이 멈췄다는 것, 그리고 죽으면 제가 표적이 될 것만을 염두에 두는 듯 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형들이 일전에 순찰들에게 보호 처분을 요구해도 들어 먹지두 않구, 형 목숨을 어떻게든 늘려 놔야 내가 살어…’

막내의 말을 듣고 얼마 안 있어, 여섯째가 발작을 일으킨다. 신음소리가 한참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고통에 부르짖는 소리가 매우 커지자, 막내가 결심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 다. 어디 가냐는 듯 여섯째가 손을 뻗지만 막내는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나가기 전 장롱에서 기다란 장우산을 꺼내 가는데, ‘송탄 어린이집’이라 적힌 그 우산은 일전에 다섯째가 죽었을 때, 경찰 몰래 미리 현장에서 습득한 것이다.

밤에 막내가 돌아온다. 여섯째는 막내에게서 반지하의 냄새가 아닌 아이 내를 맡아낸다. 범인은 없고, 원장도 없어. 그 대신 여자를 만났어, 막내는 퉁명스레 말한다. 어린이집은 망해가고 있었고, 효정이라는 아픈 여자가 나머지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어린이집은 곧 문을 닫고, 여자는 중이 될 거라 했다. “더는 사람들이랑 엮이고 싶지 않네요. 사람들은 모두 안 해도 될 짓을 구태여 하면서 그 괴리에 속상해하죠…" "대신, 부처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 웃음이라니, 보고 있으면 온통 슬픈 마음은 가시고 기쁨만 남는 거 있죠. 부처를 닮고 싶어요.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서 엮이면서 마음 아파 하는 것 싫어.“ 그 이후로 막내는 외출이 무척이나 잦아진다. 나갈 때마다 아이 내를 묻혀 오고, 바닥에 버스 표 남은 종이를 아무렇게나 버린다. 언젠가는 콘돔 껍질이 나오기도 한다. ”효정 씨, 중이 되시겠다며?“ ”내가 하지 말라고 했우. 별 수 있나, 아픈 여잔데.“

몇 주가 지나자 막내는 효정을 집에 데려오기도 한다. 여섯째가 보는 앞에서 효정을 만지기도 한다. 효정은 뿌리치지 못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요지부동 앉아만 있다. 막내가 고개를 돌려 주지 않아서, 여섯째는 꼼짝 없이 누워 그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방문할 때마다 점점 효정은 여위 고 병들어 간다. 효정의 방문은 점점 잦아진다. 여섯째는 막내가 효정에가 가까이 갈 때마다 억지 스러울 만큼 눈을 꽉, 세게 감는다. 귀도 막고 싶지만 제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남녀가 함께 집에 도착했을 때, 막내에게 전화가 온다. 형의 약을 제조해주는 돌팔이가 급한 일이 생겨 지금 약을 줘야 하니 당장 오라는 말이다. 막내가 자리를 뜨자, 주위를 급히 두리번거리던 효정이 막내의 침대 맡으로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리곤 뜸을 들이다가 고백한 다. 저어, 아저씨이… 제 남편이 당신네들을 죽이려던 살인마인 것 같아요. 죽기 전까지 여섯째는 왜 찾을 수가 없지, 하고 말했었어. 제 남편은 일 년 전에 죽었지만, 그걸 저 사람한테 말하고 싶진 않아요. 저는 어떡해야 할까요, 네? 여섯째는 그녀에게 절로 도망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바라는 부처나 보고 우리 같은 것일랑은 연을 끊으시오, 그리고 가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으니 나를 제발 죽여다오. 효정은 깜짝 놀란 표정이다. 그러나 여섯째가 자신의 신세를 설명하자, 죽기 보다 더 싫은 삶이 무엇인지 동감하며, 승낙한다. 그리곤 있는 힘을 다 짜내 여섯째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그 때 문이 열리고 막내가 돌아온다. 막내는 효정이 여섯째를 죽이고 있는 광경을 보고 물을 새도 없이, 충동에 휩싸이고 이성을 잃어 ‘네가 그 자식이었구나’ 소리 지르면서 효정을 죽이려 한다. 놀란 효정이 여섯째 목에 감았던 손을 떼어내자, 여섯째가 “베개 밑, 베개 밑” 하며 숨 넘어가는 소릴 낸다. 효정이 그 밑을 뒤지자 식칼이 놓여 있다. 막내가 ‘형 내가 나가 있을 때 누가 오면 찔러’ 하고 일전에 넣어둔 ­ 그도 형이 그 칼을 휘둘러 이길 승산이 없단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 으리라 ­ 것이다. 효정이 그것을 다룰 줄 모르고 마구 휘두르자, 막내의 목에 깊이 박힌다. 피가 길게 눌러붙고, 효정이 칼을 떨어뜨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막내의 목 괴사된 흉측한 시체가 별안간 여섯째의 옆으로 훅 하고 알아서 누여 진다.

효정은 넋이 나갔지만 비명도 지르지 않고 고요하다. 여섯째가 길게 한숨을 쉰다. 그러고는 멀뚱 서 있는 효정에게 경찰에 전활 걸어 제 귀에 가져다 달라 부탁한다. 그는 경찰에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냐고, 일전에 동생놈이 평생을 그랬소…” 효정은 고맙단 말도 않고 그 광경을 바라본다. 아니, 정확히는 그 너머를 보고 있다… 칼이 찔린 막내의 시체… 그걸 보면서 그녀는 히죽 웃고 만다. 절상에서 부처의 웃음을 처음 목격했을 때 이래로 최초의 웃음이다. 모든 것을 종결시킨 그의 몸뚱아리가ㅡ, 보고 있자니 평안해지는 것이, 꼭 목 없는 불상 같다.

얼마 뒤 방음 안 되는 벽 너머로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이를 리듬 삼아 그녀는 너울 너울 머리를 넘긴다. “머리가 길어서, 꼭… 옛 가무 같네 그려.”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식은땀을 흘리며 여섯째가 그리 말하면, “그런가요? 곧 다 밀어버릴 건데.” 창백한 낯이 희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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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글 마무리가 아름다운데에 반해 서사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7형제 중 여섯째와 막내를 제외한 나머지 형제는 모두 죽은 것인가요? 가해자를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인데 왜 살인은 멈추어지지 않았나요? 혹은 현실 세계가 배경이 아닌가요? 좀 더 구체적인 배경 설명과 장면을 진술하고, 효정을 비롯한 인물들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