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내가 고개를 들자

태양이 나의 눈을 꿰뚫었다.

나의 심장을 꿰뚫었다.

나의 마음을 꿰뚫었다.

 

내 손에 들린 감을 꿰뚫었다.

감이 맺힌 나무를 꿰뚫었다.

나무에 붙들린 나뭇가지를 꿰뚫었다.

나뭇가지가 움켜잡은 잎사귀를 꿰뚫었다.

 

잎사귀 사이에 흐르는 양분을 꿰뚫었다.

양분을 있게 한 흙을 꿰뚫었다.

흙에 박힌 수분을 꿰뚫었다.

 

수분이 쌓인 시냇물을 꿰뚫었다.

시냇물을 머금은 강을 꿰뚫었다.

강을 집어삼킨 바다를 꿰뚫었다.

 

바다에 흩날리는 말미잘을 꿰뚫었다.

말미잘 속에 숨은 휜동가리를 꿰뚫었다.

휜동가리를 씹은 뱀장어를 꿰뚫었다.

 

뱀장어를 사냥하는 어선의 철판을 꿰뚫었다.

철판에 쓰인 기름을 꿰뚫었다.

기름을 한가득 실은 유조선을 꿰뚫었다.

 

유조선을 품은 항구의 바닥을 꿰뚫었다.

바닥에 칠해진 시멘트를 꿰뚫었다.

시멘트 속의 알맹이를 꿰뚫었다.

그 알맹이를 먹은 나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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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권찬우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시 잘 보았어요. 흥미로운 부분이 있네요. 두 가지 정도 조언해 드릴게요. 일단 다른 부분들은 선명한 편인데 시멘트 속의 알맹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때문에 마지막 부분이 갑작스런 느낌입니다. 이렇게 문장이 반복되는 시는 끝부분이나 중간 즈음에 어미가 다른 행을 한 번 정도 넣어주면 효과적이에요. 물론 그 부분은 특히 중요한 이미지나 메시지를 담아야 할 겁니다. 그럼 다시 만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