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부르며 죽고 싶어

쏴아– 쏴아–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보니 비릿한 냄새가 풍겨왔다.

여기가 어디지?? 밖을 바라보니 해가 뜨고 있는 아침바다가 보였다. 머리가 아파왔다. 바다의 짭쪼름한 냄새가 내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는 것 같았다. 그 때, 누군가가 문을 부술 듯이, 쾅쾅쾅!!  두드렸다. 나는 조심조심 다가가서 물었다 ”누구세요??“ 그 누군가는 내 말을 듣고 더 화난 듯이 더 세게 두드렸다.   쾅쾅쾅쾅!!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가 다시 물어봤다 ”누구세요??“ 누가 듣더라도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었다. 발소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문을 살짝 열어  소리가 멀어져간 오른쪽을 바라봤다. 그 때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톡톡 쳤다. 나는 깜짝 놀라 넘어져서 몇 걸음을 기어갔다. 뒤를 돌아보니  형우가 있었다. 형우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방송부 활동을 같이 하면서 못 볼 골을 다 본 그런 친구였다.

 

형우가 웃겨죽겠다는 듯이, 웃음을 못 참겠다는 듯이 킥킥 웃어댔다. ”놀랐냐?“ 형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전혀 안 놀랐는데?” “뭐래 놀라가지고 저어 앞까지 거북이처럼 기어가 놓고” “아니거든??” “근데 여기가 어디냐?” “나 기억이 안나” 나는 황급히 말을 돌렸다. 형우가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내가 여기 오자고 했겠냐? 어제 술 먹은 거 기억 안나??” “어제 너가 헌팅도 할겸, 버스킹도 하러갈 겸  부산 가자고했잖아” “엥 ??” 나는 전혀 기억이 안났다. 형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왕 부산 왔으면 빨리 헌팅이나 하러 가자” 나는 벌써 나갈 준비를 다하고 양말을 신고 있었다. “안돼 헌팅은. 나  영서한테 부산 간다고 말도 안했단 말이야 버스킹이나 하자 그냥” “아 뭐야 부산하면 헌팅인데”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기타를 얼른 챙겨 휘파람을 불며 나갔다.

 

밖에 나와 보니 파아란 바다가 보였다.  시원한 바람이 내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너무 시원했다. “시원하다“ 라는 표현이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날이었다.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더욱 파랗게 보였고, 넓은 바다는 내 마음을 탁 트이게 했다. 저 맑은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나도 맨몸으로 날고 싶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형우는 내가 딴 생각하는 것을 알아챈 듯 내 뒤통수를 쳤다. “또 뭔 생각하냐” ”일단 밥부터 먹자“ ”배고프다“ 형우가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우리는 “죽기전에 한 번 쯤은 먹어봐야하는 음식!!” “둘이 먹다 한명이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돼지국밥”이라는 간판을 지나 자리에 앉았다. 왠지 모르게 두개의 간판이 신경쓰였다.  돼지 국밥을 시키고 양념장을 넣어서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국밥을 마시듯이 먹고나왔다.

 

밖에 나오니 해가 완전히 나와 빛을 뽐내고 있었다. ”12시쯤 됐으려나“ 형우는 가져온 선크림을 꺼내 얼굴이 하얗게 뜰 때 까지 선크림을 발랐다. 우리는 버스킹 할 곳을 찾아 걷다가 ”서면 포차거리“ 라는 간판을 지나 걸었다. 낮이라서 그런지 포차들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몇몇 낮 술 하는 아저씨들뿐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개의치 않고 포차거리 중앙에 자리 잡아 마이크와 스피커를 연결하고 의자를 깔아 앉았다. 우리가 뭘 하든지 별로 관심 없다는 듯이 사람들은 그냥 각자 할 일을 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좋았다. 관심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좀 있으면 우리를 둘러싸서, 손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를 것이 눈에 선명했기 때문이다. 내 예상대로 술을 마시던 아저씨들도 내가 눈여겨봤던 예쁜 아가씨들도 지나가던 아이들도 우리 주변을 빙 둘러쌓다.

 

우리가 부른 노래는 앵무새들이 따라 부르듯이,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사람들이 따라 부를 때의 그 벅차오르는 기분은 나와 형우 그리고 같이 따라 불러주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다음 곡으로는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부산의 뜨거운 밤“으로 바꿔서 불렀다. ”떠나요 둘이서 ~ 모든 걸 훌훌 버리고~ 광안리~ 해운대~ 그 별 아래~~ “ 부산을 넣어서 개사해서 불렀더니 사람들이 더 좋아했다. 신나는 노래를 몇 번 더 부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더워서 물을 다 마셨더니 목이 점점 아파 와서 물을 마시고 싶었다.

난  스피커를 끄면서 형우에게 말했다 ”노래 부르는 게 헌팅하는 거보다 “살짝 덜  재밌어“  ”와 그 정도로 재밌냐 노래 부르는게?“ 형우가 놀라서 말했다.  ”당연하지“ 형우가 놀랄 만도 했던게 나는 대학 올라와 휴학하고 클럽, 포차거리들을 돌아다니며 헌팅을 물 마시듯 하곤 했고 좋아했다. 그런데 그거보다 살짝 덜 재밌다니 형우가 놀랄 만도 했었던 거 같다.

 

“두시 쯤 됐나?” 형우가 물었다. “그치 꽤 오래했네” 우리는 근처 슈퍼로 가서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들어가다시피 얼굴을 집어넣고 아이스크림을 찾았다. 우리는 중1때와 변한 게 없는 거 같았다. “중1때 참 재밌었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형우가 뒤통수를 또 쳤다. 내가 고개 끄덕거리면서 웃는게 맘에 안 든다나 뭐라나 나도 질 수 없어 형우 뒤통수를 후렸다. “니 뒷통수가 때리고 싶게 생겼네” 라고 말하고 바로 계산대로 달려갔다. 형우는 날 때리러 오다가 계산해주시는 할머니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멈추곤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아침 일을 복수한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슈퍼에서 나와서 호텔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후 버스킹 때 부를 노래들을 다시 살펴보고 시끄럽게 떠들다보니 벌써  3시가 되었다. 우리는 호텔 식당에서 고급진 수프를 국밥 먹듯이 마셨고, 파스타를 국수 먹듯이 호로록 거리며 30분만에 다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우리는 그게 뭐가 좋다고 기록 세웠다면서 좋아했다.

 

호텔에서 뒹굴 거리다가 밖으로 나갔다.  해지기 전까지만 헌팅 하러가자고, 내가 하도 꼬셨기 때문이다.  형우도 영서랑 사귀기 전까지는 나랑 같이 헌팅을 많이 다녔고 좋아했다. 그런 애가 갑자기 변하다니 참 아쉬웠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버스킹 할 때 보러왔던 여자 두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까 포차거리에서 노래 부르신 분 아니에요?“ ”노래 엄청 잘 불러요!!“ 나는 기분이 좋았다. 왠지 노래가 더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아 맞아요” 형우도 아까 싫어했던 표정과는 달리 입고리가 씰룩씰룩 댔다. “저희 술집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요??” “좋죠!” 근데 갑자기 형우가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우리 저녁에 또 버스킹 할 건데 술 마셔도 되겠냐?” “아이 한 잔쯤은 괜찮잖아” “누나들 가시죠”

 

우리는 서면 포차거리에서 가장 사람이 적은 곳에 들어가서 주문했다. “부산어묵이랑 해물탕 좀 주세요“ ”소주 두 병도요!“ 술 먹기 싫다던 형우는 자기가 더 나서서 술을 시켰다. 우리는 두 병을 네 명이서 나눠 마시면서 술 게임도 했다.  최근들어서 가장 많이 웃은 술자리였다.   기분 좋게 취했을 때 밖을 보니 해가지고 있었다. ”야 우리 이제 나가자“ 형우가 귓속말을 했다. ” 아 좀만 더 있다가자“ ”안돼 이제 해지는데 광안리 해변에서 버스킹해야지“ ”부산 솔직히 그거 때문에 온거야 나는“ 나는 무심코 우리가 하는 얘기를 궁금해 하는 듯이 쳐다보는 앞의 여자들에게 말했다. ”우리 이제 광안리해변으로 버스킹 하러 갈건데 보러올래요?“ 여자들은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더니 비틀거리며 옷을 입었다. 계산을 하고 나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술기운을 살짝 깨웠다.

 

택시를 타고 광안리로 가는 길에 부산 시내를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거리가 아름다웠다. 건물들의 빛들과 사람들의 말소리는 부산의 분위기를 더욱 빛나게 했다.   왠지 모를 벅차오름이 또 불현 듯 찾아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느낌이다.  15분쯤 지난 후에 우리는 광안리에 도착했다.

 

어둑어둑 해진 하늘 아래에는 환하게 빛나는 광안리 해변이 있었다. 어두운 주변과 달리 광안리는 환하게 빛났다. 쏴아— 쏴아— 아침에 들었던 파도소리는 더욱 거세져 소리를 더 크게 냈다. 바다의 짜고 비린 냄새는 아침보다 더 향기롭게 느껴졌다. 검푸른색 물은 마치 나를 환영해주 듯 나를 향해 계속 다가왔고, 나도 모르게 파도로 다가가 발을 담궜다. 발을 담그고 보는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바다는 왠지 모를 벅차오름을 또 다시 느끼게 했다. 가슴이 쿵쿵 뛰고 코 끝이 찡해졌다. 인터넷에서만 봤던 황금색의 다리는 천국으로 통하는 입구처럼 느껴졌다.  “왠지 저 다리 아래를 지나면 천국으로 갈거 같지 않냐??”

“ 너 많이 취했네 그러다가 바다에 빠진다“ 형우가 말했다. 나는 발을 빼고 일어나 해변가로 다가갔다. 나는 여자들에게 잠깐만 기다리라 하고 마이크와 스피커 기타까지 세팅했다. 기분 좋게 취한 나는 헤벌레 웃었다. 행복했다. 기분이 너무너무 좋고 몸이 뜨거웠다. 바다로 들어가 몸을 식히고 싶었다.

우리의 첫 곡은 딘의 “인스타그램”이었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또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지금껐 불러왔던 노래들보다 가장 정성들여서 불렀다. 왠지 오늘 최선을 다해 부르지 않으면,  너무나도 후회할거 같았다. 평소에는 별 생각 없던 노래 가사들이 왠일이지 모르게 내 마음속으로 하나하나 들어와 콕콕 찔러대는 것 같았다.

“분위기에 취한 탓일까, 술에 취한 탓일까, 부산에 취한 탓일까, 아니면 광안리에 취한 건가?” 속으로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다. 다음곡 으로는 제레미 주커의 “comethru”를 불렀다. 뭔지 모를 이 분위기에 꼭 알맞은 곡이었다. 노래가사에 “나에게 와줄 수 있겠니” 이런 가사가 있었는데, 평소라면 예쁜 여자를 생각했을 내가 ,  “노래” 가 떠올랐다. 이 가사를 “노래”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다음으로 부른 노래는 폴킴의 “모든 날 모든순간” 이었다. 가사에 “니가 없이 웃을 수 있을까”라는 가사에 또 나는 “노래“를 떠올렸다.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다른 듯 했다. 문득 가사에서 벗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술에 취한 아저씨들도, 아들을 데리고온 어머님들도, 예쁜 아가씨들도, 우락부락한 청년들도, 바다와 미역줄기도, 땅에 있는 모래들도, 하늘에 있는 구름들도, 환하게 빛나는 다리도, 모두 내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불렀다.  사람들은 모두 핸드폰 플래시를 키고 손을 흔들어서 ,  해변을 더욱 더 밝혔다. 광안리 해변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왠지 모를 벅차오름이 다시 또 밀려왔다.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마지막 곡으로 쿨의 ”아로하“를 불렀다. 역시 이번에도 가사가 ‘노래’를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 곡인 만큼 사람들은 더 열심히 따라 불러줬고 나도 형우도 가사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서 불렀다.  마지막 곡을 마치자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나는 또 다시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계속계속 올라왔다. 형우도 나도 사람들도 다들 광안리에 취했었다.

 

 

벌써 12시였다. 깊어진 밤도 광안리의 빛을 막을 순 없었다. 마이크를 끄고 스피커를 끄던 중에 또 다시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지면서 몸이 뜨거워졌다.  바다가 나에게 계속 노래불러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계속 올라왔던 그 벅차 오르는 감정은 바다가 나에게 오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을까”.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었다. 나는 서둘러 달려가서 발을 담궜다. 발을 담그니 온몸을 담그고 싶었다. 끊임없이, 서서히,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검푸른 파도로 다가갔다.  뒤에서 형우와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도 듣지 못했다. 왜 갑자기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몸을 바닷물에 담그고 파도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점점, 파도를 향해 다가가면서,   “왠지 지금 죽어도 후회 없을 거 같아”  속으로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다. 갑자기 아침 먹으러 갔던 가게의 간판이 떠올랐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돼지국밥”. “죽기전에 한 번쯤은 먹어야되는 음식” . 그 때 이미 이렇게 될 걸 알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부르는 노래가 마지막인 듯이 점점 더 크게 불렀다. 내 마음에 갑자기 들어온 생각,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나는 “노래 부르며 죽고 싶어”

 

 

 

 

 

 

쏴아— 쏴아 —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눈앞에는 형우가 보였다. 나는 형우를 보자마자 말했다. “나 이제 헌팅보다 노래가 훨씬 좋아”

형우는 울면서 내 뒤통수를 다시 한 번 때렸다.

kakao
....

1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1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1 Comment authors
송지현

여름의 바닷가가 그리워지는 글이네요. 올해의 여름은 버스킹 구경도 하며 친구들과 북적북적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구체적인만큼 헌팅 외에 다른 에피소드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한 글의 구성이 헷갈립니다. 첫 부분에서 깨어난 곳과 마지막 부분에서 깨어난 곳은 같은 곳인가요? 친절한 서술이 필요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