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겨울은 나의 우주를 삼킨다

언니야, 우리 언니야.
몰아치는 삶의 끝까지 살아남아서,
내 눈동자의 뚜렷한 잔상을 기억해 줘.
찢어진 홍채는 나무의 등허리처럼 갈라졌고
옅은 실핏줄은 어색하게 뿌리를 내렸어.

거울에 반사된 나의 눈,
그 뒤편에서 손 시린 밤하늘을 봤거든.

수줍은 은하수는 별빛 무늬 스타킹을 신고
천억 개의 먼지를 달아놓은 치마를 흩뿌렸어.
그림자로 덧칠한 동공 위에서 무릎을 꿇었지.
유성우가 사뿐히 속눈썹에 앉으면 눈을 못 떠.
그야 매끄러운 물줄기로 얼굴을 씻은 뒤,
눈곱을 나 혼자서 떼는 일은 확실히 고되었지.

숫자도 배우기 전에
홀로 지구의 흰머리를 세는 것처럼 말이야.

나는 별을 안아주었고
언니는 겨울을 사랑했어,
거꾸로 피어난 안개꽃을 축복이라 했지.

한 줌의 머리카락에는 꽃가루가 부슬거리고
거친 혀끝에서 텁텁한 연기가 뿜어 나왔어.
언니의 배가 동그랗게 튀어나온 날,
나의 식어가는 뺨은 왜 붉게 타올랐던 걸까.
두 개의 심장이 언니 몸에 박혔지만
예수님의 이름으로……

서로의 박동을 조심스레 쓰다듬었잖아.

양수에 둥둥 흘러가는 언니의 아이가 보고싶어,
지금도 하나님의 계획대로 엎질러진 겨울이니까.
나의 허파에는 짓궂은 고드름 몇 개가 반짝였어.
앙상한 언니의 손에서 시원한 박하향이 풍겼어.
사각사각 밟히는 언니 목소리가 들려,
아직도 언니의 온기가 발꿈치에 묻어있어.

머리맡에 떨어지는 모든 이들을 두 손에 담아도
고장난 입술은 맥없이 중얼거리네,

언니의 겨울은 나의 우주보다 크다고.

그뿐이라고.

 

kakao
....

3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2 Comment threads
1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3 Comment authors
발의토

너무 좋아서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네요.

권민경

사랑하마님 다시 만납니다. ‘숫자도 배우기 전에 /홀로 지구의 흰머리를 세는 것처럼 말이야.’란 문장이 참 좋네요. 그 외엔 너무 큰 이미지를 사용해서 시가 둥둥 뜬 느낌입니다. 근원적인, 혹은 신화적인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좋지만 현실의 이미지가 너무 약하면 시가 추상적인 이야기로 읽힐 수 있거든요. 이 초고에 사랑하마님이 잘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미지를 조금 더 보강해보시길 바라요. 언니와 내가 함께 겪은 구체적인 일화나 나눈 이야기 등을 인용해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