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퇴고)

엄마가 생일 선물로 가위를 사줬다

마땅한 종이가 없어서

대신 내 몸을 오렸다

3분의 2 정도 일직선으로 자른 다음

거꾸로 뒤집어 보았더니

가슴에 먼지가 가득 껴 있었다

나는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였다

 

청소기는 작년 생일 선물이었다

엄마는 선물을 주면서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했다

나는 청소기로 집안을 청소했고

방바닥의 머리카락을 빨아들였다

머리카락은 청소기 속에서 뭉쳐

주먹 크기의 공이 되었고

그것은 곧 심장 크기라는 것을 뜻했다

어쩌면 머리카락이

두 살 즈음의 생일 선물이었는지도 몰랐다

 

청소기는 덜덜덜덜 다시

털털털털 그리곤

아주 고장이 나버렸고

먼지는 안쪽에서 빠지지 않았고

나는 청소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쓰레기통 속에서

진공청소기 소리가 계속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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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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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주

안녕하세요, 갖바치님. “청소기”같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감각적으로 잘 표현하셨네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특히 “가슴에 먼지가 가득 껴 있었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한 번 퇴고를 거쳐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잘 정돈이 되어있지만, 한 가지 제안하고 싶어요. 연의 순서를 바꾸어 1연을 통째로 맨 뒤에 배치하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작년 선물(청소기)-올해 선물(가위) 순으로 읽게 되니 전개가 더 매끄러워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