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퇴고)

언젠가 취미란에 도전이라 적어보고 싶었다. 나는 겁이 많지만 새로운 일에 빠져드는 것에는 망설이지 않는다. 마음에 들면 깊게 탐험해보는 것이고, 아니면 살짝 스며들어보기만 하는 것이다. 메일함을 열면 크고 작은 도전의 흔적들이 쌓여있다. 내가 보낸 수많은 공모전 참가 메일들은 쌓이고 쌓여 땅을 이루고 강을 이루었다.

실패가 아픈 건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비슷한 부분에서 계속 넘어지면 결국엔 무뎌지게 된다. 그건 나에게 지는 것 같으면서도 덜 아프게 살아가려는 발악이었다. 처음 공모전 수상자 이름에서 날 찾을 수 없었을 땐 힘들었다. 수학 시험 점수가 60점으로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노력이 보상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삶이란 끝없는 배신이기에 보상받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림은 시도때도 없이 연습하면 되었고, 기타를 잘 치고 싶으면 손에 물집이 세 네개 잡힐 때까지 손가락을 움직이면 됐다. 아프지 않게 살기 위해서 도전과 노력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내 글을 남들에게 보여주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내 창작물을 공개한다는 것은 반응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게 조금 두려웠다.

나는 국어시간에 내주는 에세이 과제를 꽤나 좋아했다. 좋아한 것보다는 즐긴 것이 더 가깝겠다. 겉으로는 언제 다 쓰냐고 싫은티를 잔뜩 냈지만, 사실 그건 나의 애정을 부정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심을 다하면 오글거린다고 치부되기 좋고, 학생이 글을 쓰고 있기엔 즐길 게 너무 많은 세상이니까 말이다.

올해에 받은 과제 중에는 '나만의 감성사전 쓰기' 와 '시조 쓰기' 가 기억에 남는다.

학기 초 선생님께서는, 이외수 작가의 감성사전을 읽고 나만의 감성사전을 쓰는 과제를 내주셨다. 내가 그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주는 구절들은 있었다. 나는 그 느낌이 좋아서 글을 좋아했다. 그 느낌이 좋아서 온갖 예술들을 사랑한다. 과제를 제출하는 날 우리가 쓴 감성사전을 무조건 공유해야 했는데, 나의 글을 읽는 친구들의 흔적이 그렇게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소연아, 평소에 시집 좀 읽니? 안 읽는다고? 좀 읽어라. 재능을 이렇게 썩히기 아깝지 않니?"

내 글을 확인하신 선생님의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께서는 내 글이 참 좋다는 말씀도 가끔 하셨다. 내가 어느정도 인정 받을 수 있는 분야가 생기니 나는 더 집중하게 되었고, 계속 새로운 글에 도전하게 되었다.

빛 : 모두가 가지고 태어나는 것. 우리가 서로의 눈을 멀게 하는 건 각자가 너무 빛나기 때문이다.

내가 썼던 감성 사전의 일부이다. 몇 달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더 와닿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창작하고, 보여주는 것에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이유는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각자가 각자의 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만큼 해봤자 나보다 잘 쓰는 애들이 수두룩한데 무슨 소용이야.' 하는 마음이 나의 진심을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그럴 때일수록 주변의 반응과 칭찬이 내 마음을 고쳐먹게 했다. 꼭 칭찬이 아닌 피드백도 나의 의지를 깨워주곤 했다. 내가 보지 못한 나의 빛을 비춰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남을 아낌없이 칭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점점 깨달아갔다. 다음 과제였던 시조를 썼을 때 역시 각자의 시조를 공유했다. 그리고 각자 마음에 드는 친구의 시조도 소개했다. 온라인 수업에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저번에 감성사전 때도 되게 좋았는데 이번에도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사설시조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OO이는 소연이 글 스타일의 작가를 찾아봐야겠다. 이런 느낌이 취향인가봐."

내 시조를 언급해준 친구, 몇 달이 지난 일인데도 내 글을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너무 고마웠기도 했고. 그저 단순히 마음에 든 것이 아닌 내 글 자체를 좋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의 글이 남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면, 그냥 내 삶의 조각들이 어딘가 남아있을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았다. 어쩌면 내 글은 오글거린다고 말하기 좋은 글이었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하는 과제에 아주 열심히인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그럼에도 내 글을 좋아하고 인상깊게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좋았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국어시간은 내 자신감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기 충분했고 지금 이렇게 시키지 않은 글을 쓰고 있다. 이 곳을 알게 된지, 가입한 지도 꽤 되었지만 이제서야 글을 쓴다. 썼다 지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무작정 지우는 게 좋은 습관은 아니라는 것) 아마 내 인생에서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도전일 것이다. 이게 내가 진짜 사랑하는 것일지는 조금 두고봐야 알겠지만, 난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는 것이 좋기에 생각날 때마다 글을 쓰고 고치고 쓸 것이다. 또 여기서 많은 실패들을 겪겠지만 그 역시 사랑의 과정이고 내가 단단해지는 과정이겠지. 다른 것들처럼 뛰어들고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지금 당장의 것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대해야겠다. 남의 빛에 지지 않는 내 걸 사랑하면 된다. 내 삶에는 그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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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일

지난해 님 안녕하세요. '단순하게' 퇴고하셨네요. 빛의 의미를 좀 더 부각하신 것 같아요. 더 좋아요. 지난 번에 의견을 드렸으니 이번에는 짧게 남길게요. 글쓰기가 자신감을 키워주는 계기에서 그치고 있는데 좋은 수필은 자신의 이야기를 더 확대하면 좋습니다. 글을 쓰고 다른 친구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세상을 만나 더 시야가 넓어지고, 타인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을 텐데 그 지점까지 확장하면 더 주제가 탄탄해집니다. 자신감을 얻었다,에서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과 소통까지 확대하는 부분을 고민해주세요. 사실 그 지점이 우리가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까닭이거든요. 앞으로 사소한 소재에서 주제를 어떻게 발견하고 확장할 것인지 연습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문장도 좋고 기승전결 구성도 매끄러워, 글을 꾸준히 썼구나, 엿보입니다.…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