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

누가
누구는
파아란 지구를 끌어다 쓴다.
기어가는 주름이 매끄러워
발가락으로 바닥을 끝없이 더듬어야 했다.
흐르는 살집은 꼬집을 수 없어도
주먹만한 입속에 가득 넣어 삼킬 순 있었다.

워터파크, 우리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해.
턱 위로 울컥울컥 드미는 피멍
나는 떨어지는 기포 대신 솟아오르고
시꺼먼 머리카락에도 그림자를 출렁 새긴다.

한 뼘의 깊이
한 뼘보다 작은 어린이
부어오른 손을 쥐락펴락, 다시 파고든 양수처럼
눈으로 핥을 수 있던, 소독약의 달달한 향처럼
잃어버린 것을 잠시 되찾는다.
눈꺼풀 없는 흰동가리는 수면 부족으로 배를 뒤집으면
여린 피부마저 흩뿌리고 둥그런 동공도 녹는다.
그럼에도 헤엄을 친다는 느낌으로
죽음을 찾아서 가는 일

아버지가 내 다리를 잡아빼지 않았더라면
나는 뜬금없이 금붕어를 찾아 헤맸을 거야.
땅으로 흐지부지 사는 사람은 바다를 모른다던데
너를 멀찍이 바라보던 얼굴도 모른다던데.

가끔은 알 법한 이야기로
불쑥 찾아오던 그 둘째 날

유난히 미어터지는 창백한 하늘을 깔아두고
생명유지 장치를 낀 채로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너도
금방이라도 스카프에 목이 졸려 죽을 것 같던 너도
동맥이 끊길 것 같이 어머니를 안고 비명을 토해내던 너도
그리고 나도

수면 위로 건져올릴 수 없는 너무도 단단한 그늘 아래서
쓸데없는 이미지라 비평 받을 이 문장조차
그저 팔 한 쪽에 든 멍이었다.

부어오른 왼팔에 갇힌 한 흰동가리였다.
더는 깨질 못할 어항에 담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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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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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규 시인

사랑하마 학생, 안녕하세요. 감각적인 문장을 잘 만드시는군요. 파아란 지구를 끌어다 쓴다든가, 시꺼먼 머리카락에 그림자를 새기는 등 색채도 적절히 활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시에 하나의 이야기를 넣는다 생각하고 문장보다 서사가 우선되게 써보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