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제자리 뛰기가 리듬을 순환 시키는 데에 좋다는 것을,

지하철 출구에서 계단을 바삐 뛰어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같이 뛰게 된다. 그냥, 왜인지 빨리빨리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개인의 리듬이 침해되고 있는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도대체 뭘까.

나는 내 리듬을 최대한 보호하며 살고 싶었다. 아프면 쉬고, 힘들면 멈추고, 또 힘이 나면 뛰고. 나만의 마라톤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경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관중석에 앉은 이들은 느리게 달리는 사람을 보면, 야유를 퍼붓는다. 마라토너의 신발이 벗겨지고, 양말에 구멍이 뚫리고. 살갗에서 혈흔이 낭자할 때쯤이야, 하나둘씩 야유가 잦는다.

왜, 뒤늦게서야 깨닫는 걸까. 보이지 않는 상처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나는 느리게 뛰고 싶다. 느린 뜀박질이란 세상에 없는 게 아니겠는가 -라고 말해도, 가끔은 제자리 뛰기가 리듬을 순환시키는 데에 좋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만 뛰고 싶다. 누군가 등 떠밀지 않아도 느린 걸음으로, 자신만의 보폭을 지키며 걷고 싶다. 가끔 너무 지치면 잠시 멈춰 서는 내가 밟아온 발자국을 보고, 수고했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뿐이다, 정말.

이어폰 줄을 타고 정우의 '숙희에게' 가 흘렀고, 왜인지 느린 음악을 들을 때면 덩달아 빠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에 사로잡힌다. 인디 음악을 들으며 출구의 계단을 오르면, 경직된 얼굴을 한 채 길을 오가는 수많은 관중 사이에서. 나는 고유한 리듬으로 혼자가 된다. 멍청하게 서 있고 싶은 기분.

그러니 울적해질 땐, 가끔은 머리를 비우고 멍청해지자. 걷고, 뛰는 방법을 까먹은 바보가 돼서 그대로 멈춰보자. 앞에 벽이 있는 것처럼 한자리만 오래도록 머물러 보기, 그것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우울하고, 지치고, 나아갈 힘은 없는데.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진 않을 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제자리를 걷자. 제 꼬리를 보며 방방 뛰는 강아지가 되어도 좋으니 나만의 원을 만들며 빙글빙글 돌 것.

가끔은 제자리 뛰기도 리듬을 순환하는 데에 좋다는 것을, 당신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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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일

우주디 님 안녕하세요. 화창한 봄날입니다. 미세먼지가 있지만 햇살이 좋아요. 아직까지는 바람도 차갑네요. 천천히 봄이 오네요. 어느덧! '가끔은 제자리 뛰기가 리듬을 순환 시키는 데에 좋다는 것을,' 잘 읽었습니다. 요즘 저한테 딱 필요한 글이네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이야기입니다. '지하철 출구에서 계단을 바삐 뛰어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같이 뛰게 된다.' 이 문장을 읽다가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도 지하철역에서 천천히 걷다가 다른사람들이 뛰면 같이 뛰게됩니다. 지하철이 들어왔나? 이렇게 생각하며.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속도와 리듬에 맞춰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 물론 잘 알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가기 힘들죠. 왜냐하면 주변 사람들 모두 뛰고 있으니까. 안 뛰면 뒤처진다는 불안. 결국 모든 사람이 천천히 걸으면 좋겠지만! 이… 더보기 »